조만간 이사를 할 계획이다. 이사할 동네를 찾아보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집의 내부 모습에 대해서만 집중했었다. 말끔하게 다듬어진 집.
그러다 여럿 집 사진을 보면서 그 기준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고 원하는 요구조건이 많아졌다.
화장실 타일은 너무 화려한 것보다는 심플했으면 좋겠고 주방은 인덕션보다는 가스레인지가 더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테라스가 있었으면 하는 욕심. 이러한 욕심들은 취향을 가장 잘 반영했기에 생겨났을 것이다.
오랫동안 타지 생활을 해서 그런지 깔끔한 주방을 갖고 싶었고 그 자리에서 요리를 하면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가끔 지인들이 놀러 오면 손수 만든 요리를 대접할 수 있는 큰 테이블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으며, 손님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다. 또한 어느 날 날씨가 무척이나 좋아 햇볕을 받으며 쉴 수 있는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면 한가히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런 공간을 찾다 보니 어느새 도시권으로부터 벗어나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또 한 번 혼란이 찾아왔다.
지금까지 시골에 살면서 도시의 풍요로운 인프라를 갖고 싶었다. 집 대문을 나서서 몇 발자국 이내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또한 적당한 인파로 너무 분비지도 그렇다고 스산하지도 않은 적당한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가끔 집에서 글을 적는 것이 집중이 되지 않을 때 근처 카페에 들러서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며 생각을 환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렇듯 욕심은 욕심을 키워내고 아는 것이 많을수록 그 기준이 높아져 간다.
또한 이러한 갈망들이 만들어 낸 고유의 취향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접근하게 힘들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취미로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주변에 많아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만드는 연결고리 역할도 할 때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깊은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다 보니 연애에 있어서도 결혼에 있어서도 사람을 보는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이것은 숱한 연애에 대한 결과물이자 온전한 취향을 반영한 것이며 또 한편으로 주변의 영향이 만들어낸 부산물 같은 것이며, 미래를 함께 그려갈 상대라는 점에서 이러한 기준이 더없이 가중되어 평가를 받는듯하다.
육각형의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이상과 과연 스스로가 그런 사람인지, 이런 모순되는 상황이 만들어낸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다.
너무 많은 정보가 만들어 낸 허상이 어쩔 때는 잘 못된 시각을 가지기도 하는 법이니깐.
그러니 부디 불필요한 것들을 버릴 수 있는 용기와 본질을 볼 수 있는 지혜를 갖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