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다시 결혼하고 싶어?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태어나면
나랑 다시 결혼하고 싶어?
아내가 묻는다.
신혼이라면 1초의 쉼도 없이 "그럼!"이라고 했겠지만
결혼생활 20년 넘은 나 정도면
일단 질문의 배경과 의도를 살펴야 한다.
왜 물어?
카페글 보다가
누가 그걸 올렸는데 댓글들이 재밌어서
뭐라는데?
대부분 '한 번 살아봤음 됐지, 굳이 또...'인데
<어바웃 타임>처럼 만약 지금 내 자식이 바뀐다면
다시 결혼한단 답도 있어.
오호?
더 재밌는 건
사람이 아닌 걸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댓글도 있더라구
뭘로?
예를 들면 '바위'.
주변에서 아무리 건드려고 꿈적 안 하고 싶대
'바람'이 돼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구
...(다행이다. 내가 뭘 잘못한 건 없군)
난 결혼 안 하고 혼자 살고 싶어
만약 꼭 해야 한다면 남자로 태어나면 좋겠고
재밌네 (역시 내 답이 중요한 건 아니었군)
순간의 위기를
노련한 침착함으로 잘 넘긴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생각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을까...
동물로 환생한다면
'새'가 좋겠다.
훨훨 날아다니며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으니
학처럼 우아한 자태를 가진 새라면 금상첨화겠다.
동물이 아니라면...
어렵다.
비나 눈?
둘 중에서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내릴 때 잠깐 멋지지만 나중에 처치 곤란한 눈보다는
폭우처럼 무서울 때도 있지만
세상을 맑게 씻겨주고 술맛도 더해주는 비가 낫겠다.
만약 한 세상 잘 살아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은?
한번 살아봤음 됐지,
굳이 또...
나 역시 이렇게 쿨하게 대답은 했지만
마음은 이랬다.
내가 '여자'로 태어나면
분명 당신 같은 '남자'에게 끌리긴 할 거야.
만약 결혼까지 한다면
우리 아들 같은 '딸'을 낳겠지.
상상만으로도
참 재밌고 끔찍한(?)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