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기 위해 몸을 풀면서 의미의 균형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은 항상 삶에서 의미를 추구하기에,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서 늘 최소한의 의미를 추구한다고 느꼈다. 이런 생각을 떠올린 이유는 타인들에 비해 크게 내세울 게 없다는 생각이 내가 운동이나 철학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물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날도 운동에 열중했고 나름 만족스러운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얼마 전, 최소한의 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던 중 손을 다쳤다. 정확히는 양파를 손질하다가 나의 손의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뚝뚝 떨어지는 피의 양이 심상치 않아 바로 병원으로 향했고, 병원에선 떨어져 나간 부위가 넓어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통증은 생각보다 컸고, 항생제와 재생 촉진 주사를 이틀 연속으로 맞았다. 첫날에는 통증에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한쪽 손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나의 일상은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맞이했다. 우선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같이 나가던 알바를 당분간 쉬게 되었고, 하루 중 가장 공을 들였던 운동을 3~4주 정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또 블로그를 쓰거나 공부를 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의 지장이 생겼다. 지금도 한 손으로 타이핑을 쳐야 해서 나의 느낌이나 생각을 글로 옮기는데 은근 어려움이 있다. 공부 역시 난 펜을 잡고 써 내려가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당장 펜을 잡을 수가 없다. 종합하면, 평소 내가 몰두하고, 관심을 가졌던 행위를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되었고(잠 빼고), 지금 상황에서는 밖에 나가 걷는 것 또한 회복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정말로 정적 상태에 머물게 되었다. 물론 가만히 누워 유튜브나 웹툰을 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참 이상하게, 평소에는 그렇게 재밌던 행위가 무미건조하게 다가온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난 내가 처한 환경에서 어떠한 의미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그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도조차 무너져버린 셈이다.
그중에 가장 크게 나를 괴롭혔던 것은 운동이었다. 나름 열심히 운동해서 만들어놓은 몸이 앞으로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뭐 억장이 무너진다든지 고통에 몸부림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불쾌했다. 운동을 하지 못한지 불과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근육이 줄고 배가 나오는 기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왕 운동을 못 하게 된 거 그동안 먹고 싶던 음식을 다 먹고 다시 열심히 운동하자라는 마음으로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했지만 다음날 바로 후회하기도 했다. 이러 나의 모습은 내가 나의 현재 외적 체형에 생각보다 크게 집착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운동을 통해서 내 삶의 취약함을 일정 부분을 보상하고 있었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이미 다친 걸 어찌하나, 아무리 빨라도 2주 동안은 가만히 쉬어야 하는 상황이다. 운동을 하지 못해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불어나는 나의 몸에 집착하고 고민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차라리 지금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느꼈다.
돌아보니 참 분주하게 움직였다. 가만히 눕거나 앉아있기보다는 끊임없이 어떠한 행위를 해왔다. 이런 모습은 생산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정말 차분히 나를 느끼는 시간은 없었다는 인상을 준다. 평소에는 경험이나 느낌, 생각들을 글로 옮겨가며 정리했지만, 타이핑조차 제한을 받으니 날 찾아오는 경험들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경험을 글로 옮기지 않으니 정리되지 않았고, 모호한 상태로 계속해서 내 주변을 감돌았다. 그리고 그 모호함은 날 미약한 불안의 상태로 만들었다. 미약한 불안이 느껴지자 글을 쓰는 행위조차도 불안을 잠재우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느껴졌다. 정확하게는 글을 쓴다는 것이 나에게 찾아온 경험을 개념화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행위로 만드는 것이라고 느꼈다. 글을 쓰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글로 옮기는 것이 경험을 온전하게 수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느꼈다. 단어나 문장으로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즉, 모호함이 주는 불안이 불쾌하여 글쓰기를 통해 불안을 통제했다. 이는 글쓰기를 통해 내가 느끼지 못한 경험의 측면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만든다. 느낀다 하더라도 글로 옮길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또한 글을 쓰지 않으니 무언가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나의 삶이 더욱 성숙해지고, 윤택해진다는 느낌처럼 받아들여진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언젠가는 짧은 에세이집 한 권을 내고 싶다는 소망이 있지만,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타인에게 어떤 위대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로인해 내가 글이라는 행위를 어떤 목적과 어떤 욕구로 대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지금 떠오르는 것은 나의 생각, 가치, 신념 등을 타인에게 보여줌으로써 내가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증명하고 싶다는 욕구가 느껴진다. 이는 별 볼일 없음, 가치 없음을 내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아마 운동이라는 행위도 비슷한 성격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밌다고 느낀 것이, 운동이나 글쓰기를 제외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행위들이다. 다만 하루를 이루던 기둥들이 사라지니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깐 운동이나 글쓰기 시간은 늘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었다. 웃긴 게, 운동과 글쓰기를 하지 않으니 나머지 활동들도 하지 않게 된다. 즉, 삶에서는 어느 정도의 균형 잡힌 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것은 필수적인 활동(직장인들에겐 일을 하는 것)이 존재함으로써 나머지 시간을 소중하게 느껴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 난 알바도, 운동도 하지 못하니 완전히 붕 떠버린 느낌이다. 마치 오랜 시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생활을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처럼. 그리고 이 붕 떠버린 경험이 주는 불안을 달래기 위해서 지금처럼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부상으로 인해 기존의 의미를 추구할 수 없게 되었고, 이 무의미함에서 벗어나려 아등바등 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