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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n 02. 2022

새 식구가 들어왔다.

환영해 방울토마토야.

나는 이제 진심이다. 그전까지는 자연과 가깝지 않은 내가 굳이 화분을 하나도 아닌 여러 개를 집에 들인 이유는 딱 하나였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로움을 경험하게 해 주고, 더불어 눈에 보이는 결과(열매)로 성취감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처음 화분이 들어왔을 때의 열정과 엄청난 관심을 지금은 서서히 잊어가고 있다. 그런데 기이한 현상은 아이들의 열정과 관심이 나에게 넘어왔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생화 꽃다발만 봐도 벌레가 기어 나올 것 같아 손사래를 치던 나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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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새 식구가 들어왔다. 바로 방울토마토 묘목. 화분을 더 들일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 날 친정엄마와 통화하던 중 화분들 얘기가 나왔다.


나: 엄마, 저번에 분갈이해준 피튜니아가 다 죽어가.

친정엄마: 뭐? 진짜야?

나: 어, 분갈이 안 한 피튜니아는 아직도 엄청난 개화력을 보이고 있는데, 분갈이한 피튜니아는 거의 다 죽었어.

친정엄마: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라니. 내가 상토에다가 영양제까지 다 섞어서 가져간 흙에 분갈이해준 건데.

나: 그냥 상토에 심겨있다가 갑자기 영양이 과다하게 들어와서 쟤가 감당을 못하나 봐

친정엄마: 그런가 보다.

나: 다온이가 속상해했어

친정엄마: 어쩐다니, 아무래도 다른 식물을 좀 가져가야겠다.

나: 다온이 친구 엄마가 그러는데 방울토마토가 그렇게 열매가 잘 달린대

친정엄마: 방울토마토는 화단에서 키워야 하는 거 아니야?

나: 아니라던데? 그 집에는 벌써 몇 번을 따먹었대

친정엄마: 알았어


그리고 며칠 뒤, 친정엄마는 방울토마토 묘목이 심긴 화분을 들고 우리 집에 오셨다. 자연과는 담을 쌓았던 나는 방울토마토가 씨앗이 아닌 묘목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실제로 본 것도 처음이었다. 다온이가 방울토마토를 좋아해서 마트에서 몇 번을 샀는데 그 시작점을 이렇게도 까맣게 몰랐다니. 사람이 무심하면 어디까지 무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잠시 회의감을 느꼈다.


기존에 있던 화분들 옆에 두니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방울토마토.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현재 우리 집에는 피튜니아, 란타난, 바질, 당근, 방울토마토까지 다섯 가지의 식물들이 터를 잡았다. 그중에 내가 가장 애정을 가지는 건 바로 "바질"이다. 가장 먼저 우리 집에 오기도 했고 볼 때마다 엄청난 성장력은 아니지만 아주 작지만 꾸준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새는 애완동물에게 사람들이 이름 붙이듯이 나의 이 애완 바질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이다. (이미 우리 딸이 어떤 캐릭터 이름을 붙인 건 안 비밀)

지금의 사진만 보면 "이게 큰 거야?" 하는 의문이 들것이다. 그래서 위에 앞선 글 두 개의 링크를 가져온 것이다. 사실 이 글을 보시는 구독자분들이 처음부터 읽어주시면 그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위로 올라가셔서 사진만 봐도 된다. 첫 링크에 있는 사진이 바질이 처음 싹을 틔웠을 때고, 그다음이 조금 큰 모습, 그리고 오늘 올린 사진이 최근에 더 큰 모습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바질에 대해 조금 찾아보니 원래 물만 줘도 잘 크는 식물이라 이미 식물에 베테랑인 분들에게는 되려 이 성장이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식물에 이렇게 애정을 가져본 것이 처음인 나에게는 자그마한 이 변화들이 정말 엄청나게 놀랍게 느껴진다.


우리 바질이가 앞으로도 쑥쑥 크면 좋겠다.


나의 애간장을 가장 많이 태우는 당근은 이제 딱 하나가 남았다. 처음에 발아율이 엄청 낮다는 얘기를 들어서 전혀 기대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싹이 난처럼 한꺼번에 많이 나서 큰 기대를 주었던 녀석이,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하나씩 픽픽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우리 친정엄마가 신경 써서 분갈이도 해줬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볼 때마다 속이 상했다. 살아있는 싹 옆에 희미하게 보이는 마지막으로 쓰러진 저 싹을 보았을 때는 거의 체념 상태였다. 당근은 뿌리 식물인데 아무리 그전보다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했어도 어떻게 자랄 수가 있겠어,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응? 저건 뭐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녀석 옆에 뭐가 있다! 내가 찾아본 것이 맞다면 저것은 바로 당근 줄기! 어머나 진짜 당근 볼 수 있는 거야?


이렇게 또 한 번의 반전을 선물한 이 녀석! 진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제발 죽지 말고 잘 자라서 주황 열매를 꼭 보여주길!



우리의 란타난은 요새 정체기다. 유일하게 피어있는 저 꽃말 고는 도통 새 꽃이 피어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을 적게 줘서 그런가. 요새는 물을 너무 자주 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 매일매일 주던 물을 이틀에 한 번씩 주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 새로운 개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저 파인애플(?)처럼 생긴 것이 꽃순이라는데, 진짜 새끼손톱의 1/4 정도밖에 안되던 꽃순들이 저렇게까지 커진 것도 신기하긴 하지만 이왕이면 새로운 꽃봉오리들이 하루빨리 얼굴을 내밀었으면 한다. 세어본 꽃순만 5개가 넘는데, 모든 꽃순에서 다 꽃이 피면 얼마나 화려할까. 이제 여름이라 햇볕이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에 다시 원래대로 물을 매일매일 줘볼까 고민해본다.



생명에 흠뻑 빠져있는 요즘.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벌레들이 종종 화분 근처에서 보여 가끔 몸서리를 치지만 이 또한 품고 가야 한다는 걸 안다. (시간은 좀 걸릴듯하다.) 진심으로 우리 나팔이(나팔꽃), 바질이(바질), 란타(란타난), 방울이(방울토마토), 당근이(당근)와 오래오래 같이 하고 싶다. 그리고 방울토마토와 당근을 손으로 느껴볼 수 있는 날도 조속히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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