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로 오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각오나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지켜온 태도를
계속해서 지켜내는 일에 가깝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사람의 얼굴을 대하는 일이 얼마나 섬세한 일인지 배웠고,
말을 아끼는 침묵이
때로는 가장 깊은 대화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불필요한 말보다
손끝의 움직임과 결과로 말하는 쪽을 선택해 왔다.
기술은 루틴과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다.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고,
같은 실수를 되짚으며
조금씩 나만의 기준을 세워가는 과정.
그 시간들은 빠르게 눈에 띄지 않지만
결국 손에 남는다.
손으로 일한다는 건
결과에 책임진다는 뜻이다.
훈련된 손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방심한 손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내 손을 믿기 위해
늘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직하게 움직이려 한다.
그 태도가 나의 자존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래가기 위해서는
쉼과 리듬이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서두르지 않는 속도,
지치기 전에 멈출 줄 아는 감각.
그 리듬을 잃지 않을 때
기술도, 마음도 무너지지 않는다.
공간 역시 중요하다.
나에게 맞는 빛과 공기,
나를 소모시키지 않는 환경.
그 안에서 나는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온다.
불편한 공간에서는
손끝이 먼저 흔들린다는 걸
나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이 모든 것들은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을 대하는 방식,
자신을 돌보는 방법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나는 빠른 이발사가 아니다.
다만 내 속도로, 내 리듬으로
한 사람의 머리를 책임지며 살아가고 싶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쌓아
어느 날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남기고 싶다.
이발사로 오래 살아가기 위해
나는 오늘도 가위를 든다.
더 잘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일을 오래 사랑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