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운동과 작심삼일

새벽 걷기 6일차

by 쏘냐 정

새벽걷기 6일차. 주말에도 새벽 걷기를 이어가겠다 마음먹었지만 예상치 못한 이유로 이틀을 뛰어넘었다. 토요일에는 새벽예배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평소에 새벽예배를 챙겨서 가는 편은 아닌데, 첫째 아들이 꼭 가야겠다고 나선 것이다. 초등부 특별 새벽예배이니 참석하라는 광고가 있었다고 꼭 가고싶다고 했다. 뭐, 스스로 가겠다고 하는데 안 갈 이유가 없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혼자 가기에는 너무 먼 교회라 온 가족이 새벽예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새벽 걷기를 위한 기상시간보다 1시간 이른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교회로 향했다.


토요일에 쉬었으니 일요일에는 꼭 걸어야겠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는데 밖이 너무 밝다. 얼른 핸드폰을 켜보니 아침 7시 8분. 전날 새벽 5시 알람을 켜면서 6시 알람을 껐던 걸 깜빡한 것이다. 그렇게 허무하게 일요일 새벽도 사라져버렸다.


월요일 아침. 이틀을 건너뛰었으니 새로운 주의 시작인 오늘만은 꼭 일어나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눈을 떴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란 말은 어찌 그리 찰떡같은지. 어제 밤부터 몸이 무겁더니 새벽에는 더더욱 무거워져 있었다. 눈 뜨자마자 일어나기도 나가기도 싫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행인 건, 그 생각 이후에 바로 자각했다는 거다. 그녀의 지난 운동 결심들이 작심삼일로 끝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걸. 운동을 결심할 때마다 이렇게나 빠르게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왔고 결국은 실패했었다는 사실이 머리에 스치자 마자 다시 벌떡 일어났다. 함께 뛰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녀가 운동이 끝나고 매일 남기는 운동 일기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일어나서 짧은 모닝페이지를 쓰고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도 춥다. 문을 나설 때마다 춥지만 이제는 안다. 조금 걷다보면 따뜻해 질거라는 걸. 어쩌면 이 아침 걷기는 추위에 대한 면역도 함께 만들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번 이정도 추위에도 움츠러들었던 그녀는 춥다고 느끼면서도 돌아서 들어가는 대신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자신이 괜히 뿌듯하다. 열대야로 뜨거운 새벽이 오면, 그때는 차가운 공기가 그리워지기도 하겠다는, 평생 해보지 않은 생각도 해 본다. 그 여름엔 지금보다 더 많이 달릴 수도 있겠지 기대도 해 본다.


지난주에 1분 30초까지 뛰어 봤고, 오늘은 스톱워치를 맞추고 더 못 달릴 때까지 뛰어보니 딱 2분이다. 2분. 참 가소로운 시간인데 이제는 결코 가소롭지 않다. 단지 2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내 한계를 실감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그래도 실망스럽지 않은 건 지금이 시작이라는 자각 덕분이다. 한 달 후에, 또다시 한 달 후에, 그리고 100일 후에... 그때쯤엔 적어도 10분쯤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그만두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2분의 경이로운 경험이 욕심이 되고, 그 욕심이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일단은 당장 내일부터.. 오늘 걷고 뛰고 와서는 조금 더 무거워진 몸이 내일 새벽에 포기하지 않도록 그녀는 또 마음을 꼭꼭 다져 본다. 그녀에게 운동이란 그런 일이니까. 매일매일 마음을 다져야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일.



3인칭 관찰자 러닝 일지 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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