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미팅에서 들은 이 말이 칭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저를 얼어붙게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가 진짜 고비입니다. 통계상 3년차에 가장 많이 망합니다."
김 대표를 처음 만난 건 그의 창업 1년차였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명함을 건넸죠. 겸손했고, 배우려는 자세가 확실했습니다.
2년차에 다시 만났습니다.
매출이 올랐더군요.
여전히 겸손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3년차,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시리즈 A로 15억을 받았죠.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저희가 이 시장을 평정할 겁니다."
미팅 내내 자기 자랑.
경쟁사 깎아내리기.
조언은 듣지도 않았습니다.
"그건 저희가 이미 다 고려했고요."
1년 후, 그의 회사는 사라졌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떠났습니다.
투자자들과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핵심 고객들이 등을 돌렸습니다.
그는 3년차에 모든 걸 잃었습니다.
겸손을 잃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합니다.
"3년만 버티면 안정권이다."
"3년 생존하면 성공한 거다."
놉. 절대 아닙니다.
3년은 시작일 뿐입니다.
이제 막 유치원을 졸업한 겁니다.
초등학교 입학도 안 했어요.
한 선배 창업자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1년차는 생존
2년차는 방향
3년차는 검증
4년차는 확장
5년차는 위기
6년차는 재도약
7년차에야 비로소 뿌리를 내립니다."
벼가 익으려면 최소 7년입니다.
실제로 제가 만난 '진짜 성공한' 창업자들은
모두 7년 이상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 7년 만에 흑자
쿠팡: 9년 만에 유니콘
토스: 8년 만에 시리즈 D
3년?
그건 예선 통과입니다.
본선은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왜 하필 3년차에 교만해질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초보자 딱지를 뗐다는 착각.
"3년 했으니까 이제 좀 안다."
이 생각이 독입니다.
한 커머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3년 차에 모든 걸 다 아는 것 같았어요.
시장도, 고객도, 경쟁사도.
근데 4년차에 보니까 아무것도 몰랐더라고요."
둘째, 작은 성공의 경험.
3년을 버텼다는 건 뭔가 했다는 겁니다. 매출도 좀 나왔고, 직원도 좀 뽑았고, 투자도 받았을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성공'이 독이 됩니다.
"내가 뭘 해도 되겠네?"라는 착각을 만듭니다.
한 SaaS 창업자는 3년차에 시리즈 A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세 개로 확장했죠. 1년 후 모두 실패했습니다.
"한 가지도 제대로 못 하면서 세 개를 벌였어요. 미쳤죠."
셋째, 피로 누적.
3년간 미친 듯이 달렸습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입니다.
이 상태에서 작은 성공을 맛보면? "이제 좀 쉬어도 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대표는 솔직히 말했습니다.
"3년차에 번아웃이 왔어요. 그래서 방심했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좀 쉬어도 되겠지.' 6개월 방심했더니 회사가 기울었어요."
투자자나 멘토들은 압니다.
미팅 10분이면 이 사람이 3년차 교만병에 걸렸는지.
교만한 3년차의 특징
조언에 "그건 이미 알고 있어요"라고 답합니다
경쟁사를 우습게 봅니다. "걔네는 곧 망할 거예요"
자기 성공담만 늘어놓습니다
실수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업계 1위입니다" 같은 과장을 합니다
다른 사람 말을 끊고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한 VC 파트너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3년차 창업자 미팅이 가장 불편해요. 너무 거만해서. 1년차는 배우려 하고, 5년차는 겸손한데, 3년차는... 뭐든 안다는 태도예요. 그런 팀은 투자 안 합니다."
실제로 어떤 팀은 IR 중간에 투자자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죄송한데, 조언 듣기 싫으면 왜 투자 받으러 왔어요? 돈만 받고 간섭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 팀은 결국 투자 받지 못했습니다.
박 대표 이야기를 해드려야겠습니다.
그는 3년 만에 연매출 10억을 달성했습니다.
직원 15명.
사무실도 확장했죠.
그리고 교만해졌습니다.
직원들에게 함부로 했습니다.
"내가 없으면 너희 회사도 없어. 알아?"
고객 컴플레인을 무시했습니다.
"저희 제품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거 쓰세요."
협력사를 갑질했습니다.
"우리가 물량 주는 건데,
가격 깎는 게 당연하지 않아요?"
투자자 조언을 무시했습니다.
"투자만 하세요. 경영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6개월 후.
핵심 직원 5명이 동시에 퇴사했습니다.
집단으로 경쟁사로 갔죠.
주요 고객 3곳이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협력사가 공급을 끊었습니다.
투자자가 추가 투자를 거부했습니다.
1년 후, 회사는 문을 닫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미쳤었어요. 3년 버텼다고 뭐든 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잘난 척했죠. 사람들 말도 안 듣고. 결국 제 손으로 다 무너뜨렸습니다."
이 대표는 달랐습니다.
3년차에 시리즈 B를 받았습니다.
100억 투자유치. 언론에서 난리였죠.
미팅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어떨 것 같으세요?
"아직 갈 길이 너무 멉니다. 많이 배워야 해요."
겸손했습니다.
아니, 겸손을 넘어 간절했습니다.
"요즘 어떤 트렌드가 있나요?"
"제가 놓치고 있는 게 뭘까요?"
"이 부분에서 실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 물어봤습니다.
메모했습니다.
진짜로 배우려 했습니다.
그의 회사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5년차에 시리즈 C.
지금은 업계 1위입니다.
그를 최근에 다시 만났습니다.
여전했습니다.
"운이 좋았어요.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혼자였으면 진작 망했을 겁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입니다.
진짜 고수는 끝까지 겸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3년은 시작일 뿐이라는 걸 인정하세요.
한 10년차 대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10년 했는데도 모르는 게 더 많아요.
알면 알수록 더 겸손해집니다."
3년 했다고 다 아는 게 아닙니다.
이제 겨우 기본을 깨달은 겁니다.
둘째, 성공이 아니라 '아직 안 망한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3년 생존했다"가 아니라 "3년 동안 운이 좋아서 안 망했다"로 프레임을 바꾸세요.
한 창업자는 사무실에 이런 문구를 붙여뒀습니다.
"우리는 아직 성공하지 않았다. 단지 오늘 하루 더 살아남았을 뿐이다."
셋째, 멘토를 더 많이 만나세요.
3년차가 되면 멘토 미팅을 줄입니다.
"이제 혼자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죠.
절대 안 됩니다.
오히려 3년차에 멘토를 2배로 늘려야 합니다.
당신이 교만해지고 있는지 체크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넷째, 실패 사례를 계속 공부하세요.
성공 사례만 보면 교만해집니다.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착각하죠.
실패 사례를 보세요.
"저 사람은 왜 망했지?" 분석하세요.
대부분 3년차 교만 때문입니다.
다섯째,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세요.
"내가 요즘 교만해 보이나요?" "제가 놓치고 있는 게 뭔가요?" "불편한 점이 있으면 솔직히 말해주세요."
이렇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진짜로 들으세요. 방어하지 말고, 설명하지 말고, 그냥 들으세요.
한 대표는 월 1회 '익명 피드백'을 받습니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대표에게 쓴소리를 하는 거죠.
"처음엔 자존심 상했어요. 근데 가장 소중한 피드백이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오만해지고 있었는지 깨달았죠."
3년은 끝이 아닙니다. 이제 막 시작입니다.
1-3년차: 생존의 시기 - 어떻게든 살아남기
4-7년차: 뿌리의 시기 - 진짜 기반 다지기
8-10년차: 성장의 시기 - 비로소 확장하기
대부분의 창업자가 3년차에 착각합니다.
"이제 뿌리를 내렸다"고.
아닙니다. 아직 씨앗이 발아한 정도입니다.
진짜 뿌리는 7년은 걸립니다.
한 농부 출신 창업자가 이런 비유를 했습니다.
"작물을 키우는데, 3년차면 이제 겨우 줄기가 올라온 겁니다. 뿌리? 아직 얕아요. 바람 한 번 세게 불면 뽑힙니다. 7년은 지나야 깊이 박혀요. 그래야 태풍이 와도 버팁니다."
투자자든, 협력사든, 고객이든, 당신을 봅니다.
"이 사람, 3년차 교만병 걸렸네."
그 순간, 당신은 거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한 투자자가 말했습니다. "겸손한 10년차보다 교만한 3년차가 더 위험해요. 10년차는 실력이 있어서 자신감이 있는 건데, 3년차는 착각으로 자만하는 거거든요."
미팅할 때 이렇게 해보세요.
더 많이 듣고, 덜 말하기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떠신가요?" 대신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1등입니다" 대신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대신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한 3년차 대표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원래는 거만했는데, 어느 날부터 겸손해졌죠.
제가 물었습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중요한 투자 미팅에서 거절당했어요. 이유를 물었더니 '당신은 너무 거만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밤 잠을 못 잤어요. 거울을 보니까... 제가 괴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 8년차입니다.
여전히 겸손합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겸손한가, 교만한가?"
솔직히 답하세요. 아무도 안 봅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만약 교만해졌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한 창업자가 자기 성찰을 위해 이런 질문들을 매달 합니다.
이번 달에 내가 틀렸다고 인정한 게 몇 번이나 되나?
다른 사람 조언을 듣고 실행한 게 있나?
직원들이 나한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나?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이 있나?
"모른다"고 말한 게 최근 언제인가?
만약 이 질문들에 제대로 답할 수 없다면?
당신은 이미 위험 구역에 있습니다.
제가 만난 7년 이상 생존한 창업자 40명을 분석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였습니다.
"끝까지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한 12년차 대표는 아직도 책을 월 4권 읽습니다. 강연을 월 2회 듣습니다. 멘토 미팅을 월 3회 합니다.
"10년 넘게 했는데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더 배워야 해요."
또 다른 15년차 대표는 신입사원 교육에 직접 참여합니다.
"신입들에게서 배워요. 그들은 트렌드를 알고,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있어요. 제가 놓치고 있는 걸 그들이 봅니다."
겸손은 미덕이 아닙니다. 생존 전략입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 번째 길: 3년차 교만
"나 이제 좀 한다." 자만합니다. 조언을 무시합니다. 사람들을 함부로 대합니다.
6개월 후, 사람들이 떠납니다. 1년 후, 회사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2년 후, 폐업합니다.
그리고 후회합니다. "왜 그랬을까... 조금만 겸손했어도..."
두 번째 길: 7년 뿌리
"3년은 시작일 뿐이다." 더 낮은 자세를 취합니다. 더 많이 배웁니다. 더 겸손해집니다.
4년차, 더 단단해집니다. 5년차, 위기를 넘깁니다. 6년차, 성장합니다. 7년차, 비로소 뿌리를 내립니다.
10년 후, 당신은 살아남은 소수가 됩니다.
어느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3년을 버텼다는 건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세요.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아닙니다.
거칠게 들리나요? 현실입니다.
3년차는 유치원 졸업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가 남았습니다.
벼가 익으려면 7년입니다. 당신은 이제 겨우 3년 키웠습니다.
교만은 3년을 무너뜨립니다. 겸손은 7년을 만듭니다.
미팅 10분이면 압니다.
당신이 어느 쪽인지.
투자자도 압니다.
협력사도 압니다.
직원들도 압니다.
고객들도 압니다.
당신만 모릅니다.
당신이 교만해졌다는 걸.
한 가지만 하세요.
누군가에게 전화하세요. 당신을 아끼는 사람에게.
그리고 물어보세요.
"내가 요즘 교만해 보여?"
진짜로 물어보세요.
그리고 진짜로 들으세요.
방어하지 마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하지 마세요.
그냥 들으세요.
받아들이세요.
고치세요.
그게 3년차를 넘어 7년까지 가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P.S. 이 글을 읽고 기분 나쁘셨나요?
그럼 당신은 이미 교만해진 겁니다.
진짜 겸손한 사람은 뼈아픈 조언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입니다. 당신은 얼마나 익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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