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꿈 구경
차를 몰고 가다 보면 갓길에 웅크리고 있는 털복숭이 검은 형체들을 자주 만날 수 있죠. 그렇습니다. 차에 치여 무지개다리를 건넌 야생동물입니다. 산골생태유학 시절 강원도 인제 진동리를 오갈 때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여기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었습니다. 건설된 지 오래된 고속도로나 국도, 지방도를 다닐 때면 굉장히 많이 맞닥뜨리게 됩니다. 로드킬 동물의 사체를 말이죠.
동물의 입장에서 살펴볼까요? 대대로 살아오던 터전에 어느 날 거대한 공사장비들이 와서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깎아 도로를 만듭니다. 밤낮없이 거대한 자동차들이 엄청난 속도로 지나갑니다. 물과 먹이를 찾기 위해서, 또는 짝짓기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 또는 어떤 위협을 회피하기 위해서 동물들은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도로가 가로막으면 건넙니다. 일부는 운 좋게 살아서 도로 건너편에 닿을 수 있지만, 일부는 자동차에 치입니다.
새들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고가도로나 흙을 높여 지은 도로를 날아서 건너는 새들이 자동차에 부딪칩니다. 까마귀 같은 종류는 로드킬 동물의 사체를 먹으러 도로에 내려앉았다가 차에 치이기도 하죠. 일부는 도로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다 부딪혀 죽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가 간신히 구조되는 운 좋은 동물들이 있습니다. 동정심 많거나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누군가의 눈에 띄어 목숨을 건지는 녀석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연계됩니다. 야생동물 구조센터는 보통 지역 거점 국립대의 수의과대학에 설치돼 있습니다.
'강 건너'팀은 춘천 강원대학교에 있는 강원도 야생동물구조센터를 둘러보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야생동물을 좋아하는 초5 경진은 이번에야 말로 야생동물과 교감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며 들떴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훅 들어오는 배설물 냄새가 야생동물의 존재를 확인시켰습니다. 이후 담당 수의사님과 재활사육사님들이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구조돼 치료 중인 참매가 잘 낫고 있는지 검진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도 있었죠.
귀여운 참매는 수건에 둘러싸여 머리만 내놓은 채 고음의 삑삑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참매는 어딘가에 부딪혀 사람에게 구조돼 이곳 센터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안상진 센터장(수의사)은 참매의 가슴 근육이 제대로 발달했는지, 부러진 날개 뼈는 잘 붙고 있는지 등을 진찰했습니다. 센터에는 참매를 비롯한 많은 야생동물이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어미를 잃은 고라니 새끼, 가마우지, 솔부엉이, 소쩍새, 너구리, 제비, 청둥오리, 수달 등 다양한 종이 치료를 위해 센터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이 야생동물들은 치료가 끝난 뒤 원기를 회복하면 생존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미 다른 개체들은 한반도를 떠나버린 철새 같은 경우는 다음 도래기까지 기다렸다가 자연으로 나갈 수 있는지 판단한다고 합니다. 날개를 심하게 다쳐 영구적으로 날 수 없게 된 새들은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없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다른 곳을 찾아줘야 합니다.
초5경진은 센터 청소와 동물 먹이 주기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아기새 먹이 주기에도 성공했죠. 핀셋으로 밀웜을 집어 들면 새끼 제비들이 입을 벌려 받아먹었습니다. 식욕이 왕성한 녀석은 핀셋만 들어도 입을 벌리며 먹이를 졸랐는데, 배가 부른 녀석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새끼 고라니에게 젖병으로 우유를 주기도 했고요.
혹시 몰라서 나중에 수의사가 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초5경진 "나는 피가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서 못하겠어~"라고 답하네요.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 삶의 길 어딘가에서 언제라도 다시 동물들과 만나게 되겠죠. 그들에게도 곁을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선 헌 수건이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새들을 옮길 때 다치지 않도록 날개를 감싸는 용도로 쓰기도 하고요. 체온 유지를 위해 바닥에 깔아주기도 하고요. 여러 모로 쓸 데가 많다고 하네요. 야생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가까운 야생동물구조센터로 헌 수건을 모아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