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름_혼자 싸우지 마.

이겨도 져도 외로울 뿐이야.

by Juco



그라운드 가장 높고, 외로운 곳. 모든 플레이가 시작되며, 숱한 성공을 당연하게 해내야 하는 곳. 행여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해도, 멈추지 않고 오롯이 홀로 계속해서 시작해내야 하는 곳. 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지만 결국 결과만 놓고 너를 저울질하는 곳.


그라운드 가장 좁고, 쓸쓸한 곳. 모든 승패가 결정되며, 숱한 실패를 꿋꿋이 참아내야 하는 곳. 행여 모두의 기대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사지를 짓누른다 해도, 꿋꿋이 들어가 계속해서 실패를 견뎌내야 하는 곳. 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아도 결국 결과만으로 너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곳.


너를 지켜보는 사람은 많으나,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둘러봐도 너뿐. 그곳은 오로지 너 자신만이 있으며, 너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곳이기에. 따라서 믿어야 하는 것도, 믿을 수 있는 것도 오직 너뿐이다.


너는 이에 얼마나 동의할까.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어쩌지?



너는 모든 고난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네가 그랬다. 하지만 경기 외적 즉, 훈련이나 일상에서는 혼자이기보다 함께이길 선호한다. 그러다가 다시 경기에 있어서는 주위의 모든 발걸음을 물리고, 오로지 자신의 발걸음만 남기는데 참으로 투철하다. 나는 이런 모습이 어느 면으로도 속상하다. 네가 스스로 그러하기를 선택했다면 그렇게 홀로 걸어왔을 너의 지난날들이, 또 네가 우리(친구, 선배, 부모, 지도자, 쌤, 유튜브, 책, 인스타 등의 이름을 가진 심술궂고 못된)의 강요로부터 그런 선택을 해왔다면, 그만큼의 책임에 속상하다.


따지고 보면 너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부터 그래왔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스스로 해결해낼 수 있다고 자신을 과신하거나, 결국 네 일이니 너 하기에 달렸다며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고개를 돌린다. 솔직히 말하자. 누군가 너에게 그건 '너 스스로 이겨내야 할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널 도와줄 능력이 없거나 도와주고 싶지 않음을 에둘러 고함과 다를 바 없다. 물론, 그럴 충분한 능력과 마음이 있는 누군가가 너 스스로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 입술을 깨물며 참고 응원하는 중일지도 모르나, 솔직히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 다정한 기다림의 관찰자를.


지금도 우리는 '그곳은 오직 너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할 무대'라고 아주 쉽게, 또 자주 말하고 있으며, 그런 손쉬운 방법으로 모든 어려움과 책임을 너에게만 지워 마운드로, 타석으로, 무대 위로 밀어버린다. 너 역시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애써 혼자 싸우고 만다.


정말 우리는 무대 위에서 혼자일까. 혼자여야만 할까. 진정 우리는 무대 위의 우리를 홀로 둘 수밖에 없을까. 왜 우린 혼자 싸워내려고만 할까. 아주 아주 만약에, 무대 위에서 우리와 함께 싸워주는 이가 있다면 어떨까. 또 우리에게 무대 위의 우리가 홀로 싸우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우린 그것을 기꺼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닌 아주 진부한 이야기일 뿐이다.


척에겐 배구공 윌슨이 있었고, 죽음의 수용소에는 삶의 의미가 있었다. 불시착한 무인도든, 세상 가장 잔혹한 수용소든, 그곳에서 싸워 이겨낸 이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인간끼리만이 아니다. 에이트빌로우, 하치 이야기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에서 절박한 삶의 무대에 오른 개와 인간이 얼마나 강하게 함께 하는지가 나타난다. 식물도 삶의 무대에 혼자 오르지 않는다. 우드 와이드 웹. 우뚝 솟아 각자 자신의 생명을 가꾼다고 생각했던 숲 속 나무들이 실은 깊은 땅 속에서 뿌리를 통해 서로 함께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선수는 자신의 반려견을 하늘로 보냈다. 그 아이를 떠나보내기 위해 홀로 힘겨이 참고 애쓰던 그는 이제 오히려 매 경기, 그 아이를 더 가까이하며 함께 뛰기로 결정했다. 나에겐 위로는 하나님이, 아래로는 처자식이 있다. 나는 모든 코칭을 그들과 함께 뛴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흔하디 흔한 우리들의 이야기. 그래서 때로는 그 힘을 간과하기 쉬운 이야기. 우리는 언제, 어디서도 혼자이길 거부한다. 비록 세상에는 홀로 된 삶이 많지만, 그 어디에도 홀로이길 원한 삶은 없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일 때, 가장 우리답고 강하다.


그리고 착각하지 말자. 지금까지 네가 이뤄낸 것들도 너 혼자 해낸 것이 아니니. 그것은 보이는 곳부터 보이지 않는 곳까지, 곁에서부터 저 멀리서까지, 땅에서부터 하늘에서까지 너를 사랑하고, 네가 사랑하는 이가 너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와 모든 걸 혼자 싸우고 이겨내겠다고? 오만하고, 거만하고, 외롭고, 서글픈 생각이다.


그럼에도 너를 설득하거나, 회유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네가 '혼자'이길 원한다면, 언제나 나는 네 뜻을 따름으로 너와 '함께'할 것이다. 다만, 너는 누구와 혹은 무엇과 함께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지금의 너의 무대에서 네가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면 도대체 너는 얼마나 더 멋진 플레이를 펼칠지. 그것이 간절히 궁금할 뿐이다.


그러니 충분히 해낼 수 있겠다싶은 순간에도, 절대 해낼 수 없겠다싶은 순간에도 반드시 함께이길. 지금 서 있는 그 무대도 너만의 힘이 아니라, 함께 세운 것일테니. 그러니 다시 돌아가길. 경기를 마치자마자 뛰어가 안겨 기뻐 자랑하거나,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던 그때처럼.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와 내가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과 내가 무대에 함께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가 함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5화포근 겨울_마음껏 안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