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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Oct 09. 2024

음악은 한 시절의 일기장

한때 나의 휴식이었던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자 사사로운 것들에게도 의미 부여해가며 복기하기를 수십 번. 일정 시기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금 플레이리스트에서 찾아 차례대로 재생을 하고 있노라면 한편의 이야기가, 그러니까 즉 그날의 우리가 선명히 그려진다. 이게 참 음악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어떠한 상황 속에 몰두해 있었는지 도로 꺼내보고 싶을 시엔 그 시절 들었던 플레이리스트를 되감아보면 된다.


그러하면 자연스레 나는 그때에 가서 놓이게 된다.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맞춰 그날의 온도와 습도. 바람은 어떻게 불었는가. 당시 무슨 옷을 입었고 무슨 말을 하며 어떤 표정을 지었는가. 선연해진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음악은 ‘한 시절의 일기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꺼내 들어서는 안되는 노릇이기도 했다. 그래서 실제로 아주아주 슬펐던 기간에는 되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밝은 음악을 찾아 들어보기도 했다.


아무런 추억도 쌓이지 않은 노래. 먼지 털듯 털어버릴 것이 없는 말끔히 새로운 노래. 가사도 너무 센티해지는 건 피해 재생을 눌렀다. 나로 설명할 경우, 음악을 고를 땐 제법 까탈스러운 쪽에 속한다. 멜로디가 암만 좋다 한들 가사가 마음에 동하지 않는다면 얄짤없이 넘겨버리기 때문이다. 대개 세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듯한 가사를 좋아하는 편이다. 자세한 감정을 담아내고 본인이 적고자 하는 날의 장면들을 디테일하게 담아낸 가사를 선호한다.


이유는 상상력을 자극해서 그런 것도 같고 비슷한 상황이 있었더라면 동일시하게 되어서 그런 것도 같다. 예컨대 내 마음을 꼭 닮은 글귀를 저장하는 것과도 똑같은 맥락일 테다. 게다가 몇몇의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음악을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으로, 또는 글귀를 배경으로 설정해두어 자신의 심정인 듯 아닌 듯 걸어두지 않는가.


나의 음악 서랍은 총 다섯 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1. ㅠ

2. ㅠㅠ

3. POP

4. J-POP

5. 오래된 노래


이런 식이다. ㅠ는 감성 힙합을 주로, ㅠㅠ는 좀 더 차분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내가 느끼기에는 좀 더 잔잔한 분위기의 인디음악을 주로 담았다. 나머지는 제목 그대로이다. 이 안에 나의 일기장들이 장르별로 나눠져있다. 오늘은 그중 오래된 노래를 귀담았다. 절절한 옛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시절마다 내게 힘이 되어주었던 인물들이 목록에 따라 나열된다. 휴식을 취하듯 눈꺼풀도 지그시 감아 내려본다. 한껏 지치는 하루였기에.


선선한 바람과 환한 달빛 아래.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딱 좋은 가을이라는 명목 아래.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 곁에 있어주는 이들에게 부족함을 느낀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그 시절의 사람들에서만 채워졌던 무언가가 있었을 뿐, 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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