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기라도 걸릴 시에는 큰 병을 앓는 사람 마냥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던 당신을 기억해요. 당시에는 왜 그런 당신의 다정함에 대고서 상냥하게 굴지 못했을까요? 툴툴거리고 삐딱선을 탈 시간에 기죽은 어깨를 몇 번 더 끌어안아줄 걸 그랬어요. 내가 병원을 가는 날이면, 당신은 피로함을 뒤로 한 채 이른 아침부터 달려와주었어요. 내 손을 꼭 잡아주었고요. 어디서든 날 향해 있겠다는 듯, 믿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날 보는 눈에서 올곧은 심지인 양 굳건해 보이던 신호를 나는 어째서 모른체하기 바빴을까요? 괜한 불을 붙여 녹아내리도록 돋우기 일쑤였을까요? 내가 어렸나 봐요. 당신도 어렸을 테지요. 우리는 미성숙한 둘이 만나, 자꾸 엇나갔던 것일까요? 별것도 아닌 일로 서운해지고 언성을 높이며 맘에도 없는 소리를 진심인 척 마구 내뱉었던 걸까요.
우리를 멀어지게 한 궁극적인 이유는 서로에게 없다고 했어요. 단지, 상황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난 간혹 우리가 너무 일찍 만났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좀 더 나이를 먹고서 성숙해진 상태로 마주했더라면 과연 결말이 조금은 다르지 않았으려나, 해요.
난 몹시도 불안정했고. 외로웠고. 채워질 수 없는 무언가에 허덕이던 참이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애정을 갈구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정작 내가 더 주려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지난 상처를 잊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두렵다며 핑계를 대고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어디까지나 당신이 나를 사랑했다던 말은 진짜였다고 단정 지으며 살아갈래요. 이런 건 멋대로 해도 되는 거잖아요. 당신에겐 나의 좋은 기억만 남기를 바라요. 이기적일 수도 있겠으나 난 당신한테 나쁜 추억이 아니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사랑했단 말은 하지 않을 게요.
그건 매우 비겁한 짓이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