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슬퍼서 끌린 걸까요

by 주또

난 원래 잘 불안해해요. 습관처럼 안 좋은 망상을 하곤 곧이곧대로 일어날까 봐 미리 가슴 졸이곤 해요. 수시로 멍해진 채로 무의식 상태에서 한숨이 절로 나오곤 해요. 당장 벌어진 일도 아니잖아요. 한데 소설가가 된 마냥 나쁜 일은 세세하고 꽤나 그럴싸하게 그려진단 말이에요. 좋은 일들은 단 한 번도 미리 짐작해 본 적 없으면서.


행복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런 얘기 굉장히 시시할 수도 있겠으나 난 사실 행복을 믿지 않는 쪽이에요. 불신에 가까우려나요. 그래서 행복한 감정이 들 때면 금방 지워버리곤 해요. 왜냐, 난 필히 그런 식이었거든요. 행복 뒤엔 약속이라도 한 듯 불행이 찾아왔어요. 행복감보다 배로 더 큰 불행이 나를 덮치곤 못살게 굴었어요. 언제나, 였냐는 질문에 확답을 하기엔 애매하다만 기억 속엔 죄다 그런 것들뿐인 듯하니 그렇다고 해도 되는 거려나요. 사람은 뭐든 안 좋은 기억만 선연하게 오래 간직하는 경향이 있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난 좀 더 그런 면이 다분하기도 해요.


여하튼 간에 이런 나를 당신이 좀 신경 써주었으면 좋겠어요. 강압적인 태도로 하는 소리는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요. 단지 부탁이에요. 난 혼자 두면 생각이 많아지는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혼자 두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할 경우 대뜸 끝을 말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는 되게 이기적이다,라고 꾸짖을 수도 있겠으나 되돌아보면 넌지시 내가 은근 티를 자주 냈을 수도 있어요.


나를 혼자 두지 말아 주세요. 예쁘다 해주고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온기를 실어주세요. 안정감을 주세요. 불안함이 심해질 시엔 매번 손톱 옆 살갗을 뜯고 다리를 떨며 입술을 깨무는 나를 알아봐 주세요. 잠잠해질 수 있도록 팔을 끌어당겨 세게 안아주세요. 괜찮을 거란 음성은 수십 번 들어도 질리지 않으니 계속해서 되뇌어주세요. 다소 거친 말투는 무서워요. 짜증 섞인 표정도 두려워요. 과거를 되살아나게 하는 사소한 모든 것들이 괴로워요.


오늘은 재미없는 내 얘기만 주야장천 떠들고 있네요. 혹여나 이런 나의 속 사정을 듣고서 당신이 한달음에 달아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숨기고 싶지 않아요. 나는 이렇습니다. 칭얼거리는 거 아니고요. 그냥 이래요. 당신이 현명한 사람이라면 내 곁에 오래 남을까, 골똘히 얼굴을 들여다보게 되어요. 그 얼굴에도 슬픔이 달라붙어 있는 듯한데.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슬퍼서 끌린 걸까요. 서로의 결핍이 서로를 불러와 여기까지 오게 만든 걸까요. 며칠 전 보게 된 유튜브에서 이옥섭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인상 깊어요. 결핍과 결핍이 만나면 절대 떨어질 일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도 그럴까요?

이 많은 인구 속에서 우리가 만나게 된 데에도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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