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데요. 이유는 그런 사랑을 꿈꾸게 될까 봐요.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해서인지 헛된 희망을 품게 될듯하고 대뜸 서러워지기도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되게 거창하고 대단한 걸 원하는 건 아니거든요. 백마 탄 왕자, 이런 거 절대 아니에요.
그냥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이요.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요. 서로가 서로를 향한 확신을 줄 수 있는 사랑이요. 말로만 ‘사랑해’가 아닌 온몸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티가 나는 그런 사람이요.
내가 아파도 곁에 있어줄 거란 확신. 나에게 어떠한 상황이 들이닥친다고 한들 떠나지 않겠단 한마디. 나를 온유해지도록 하고 종종 슬픔과 불안에 빠진다 한들 금방 헤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요. 내가 귀찮은 존재처럼 여겨지지 않았으면 하고요. 내가 진지한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해요. 난 보기와는 달리 그러한 대화를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나는 망상을 끊임없는 하는 쪽인지라 불안감에 빈번히 휩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행복을 그려보기도 해요. 미리 행복감에 젖어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요.
나는, 정말로 나는요. 당신의 미래에 내가 있고 나의 미래에 당신이 있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을 주는 관계가 좋아요. 이런 사람을 만나본 적은 있었는데요. 아프다고 할 시엔 몇 시간을 걸려서라도 이른 아침에 달려와, ‘네가 어떤 불행을 맞닥뜨리든 간에 내가 너를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마’하던 사람이요. 또한 매일 함께 할 미래를 얘기하고 구체적으로 나와 어떤 식으로 살고 싶으며 필히 우리가 결혼할 거라고 했던 사람이요.
그러나 이별했어요. 그럼에도 사랑이 깊게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서로가 달랐기 때문이었을까요? 너무 이른 시기에 만난 탓이었을까요? 몸처럼 떨어져가던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이래서 나는 사랑에 기대하고 싶지 않고 앞으로 내가 그만큼 더 사랑을 신뢰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언하지 않아요. 꽤나 듣기 좋은 달콤한 말들 중에서도 진짜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을 기다리지만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부족하단 것은 아녜요. 주변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다양하고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다독임 속에서 자라요. 내가 맨날 뭘 잃어버려도 한치의 꾸짖음 없이 뒤에서 챙겨주고요. 계속 음식을 흘릴 경우 닦아주고요. 가장 속상한 건 내 마음이겠거니, 알아줘요. 바라는 멘트를 알아주기도 하고요. 힘들어하는 듯할 땐 어떻게 콕 집어 알고선 연락이 와요. 울면 달래줘요. 망가져도 일으켜주고요. 마냥 주저앉아있을 땐 지켜봐 줘요. 돌아보면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다들 그런 와중에도 어찌저찌 버티며 살아가는 거지.
다만 아쉬운 점이…나는 왜 늘 이런 면에서의 대상이 연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겁니다. 내 편에 서있어 주는 사람이요. 그런 척하다가 돌변하는 사람이 아닌, 진심으로 나를 놓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듣고 내 아픈 어깨와 손과 발을 하루 종일 주무르며 매일을 걱정하던. 나의 부모 마냥 지극 정성으로 날 살피던.
어디든 있을 것만 같던 사랑은 이제 어디에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