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알았을까요?

by 주또

이런 질문을 한참 뒤늦은 후에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우습고 구차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굳이 뻔뻔히 묻자면요. 우리가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애초에 알았을까요? 다 알고서 시작한 사랑이었기에 그리 견디기 버거운 통증도 태연한 척할 수 있었던 걸까요. 이 모든 상황과 사사로운 감정들을 단순히 ‘사랑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보고 듣고 설명하기 좋도록 포장하고 싶진 않아요.


우린 좋을 때만 사랑이려 했던 건가요. 처음엔 서로를 잘 몰랐던 터라 잠깐이라도 떨어지면 큰일 날 듯 굴었던 건가요.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양 굳어버린 눈빛 속에서 난 할 말을 잃었고 당신도 오랜 침묵을 유지했더라지요. 사실상 우리는 정반대 성향임이 틀림없었는데요. 그럼에도 끌렸던 데에는 어떠한 까닭을 붙여야 맥락상 어울릴까요? 분명 서로한테 상처 주고자 작정한 건 아녔을 거예요. 다만 살아온 날들이 달라 비수가 되었을 테지요.


난 아직도 무심코 옛일을 생각해요. 소나기인 줄 알았던 그리움이 기나긴 기간 장마처럼 지속된답니다. 하루 기분은 마음이 정하는 짓이기 때문에 일기예보는 쓸데없지요. 여름엔 여름이라고 여름비가 되어 내렸고요. 가을과 겨울도 계절을 핑계 대는 건 매한가지였으며, 이젠 하다못해 봄비라고 서럽게 쏟아져내려요. 이토록 사계절 내내 비가 내릴 경우 우스갯소리로 잠겨 죽을 수도 있을 텐데요. 때마침 유명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르네요.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당신한테 잠겨 죽는다 한들 한사코 억울하지 않을 과거에 살아요. 당신의 일상은 이러한 나와는 무관하게 아주 잘 돌아가고 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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