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조용해졌어요. 달력에 매일 같이 칠해져있던 동그라미는 빈칸이 되어 밋밋하네요. 오래된 소파에 드러누워 하릴없이 티브이 채널을 돌려요. 그러다 대충 이름 들어본 프로그램이 보이길래 멈춰세워요. 출연진 전부 깔깔거리며 오디오를 꽉 채우는데요. 피식할 만도 한듯한데 심드렁하니 좀처럼 입꼬리가 올라가지를 않아요. 하는 수없이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폈어요.
창밖으로는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듯 어린아이와 부모들이 나와 뛰어놀고 있는 장면이 보여요. 간만에 좋네요. 매주 주말마다 비 소식으로 인해 우중충했는데 말이에요. 날씨 영향을 잘 받는 당신을 걱정하는 날도 존재했지요. 비 내리는 날을 달가워하지 않았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요. 유난히 찝찝해 하고 유독 울적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한때 열렬히 좋아했고 어쩌면 가족보다도 친구보다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세세히 알려주고 알게 되던 사람을 어떻게 한꺼번에 잊을 수 있겠어요. 습관처럼 남아 기웃거리게 되는 거지요. 좋아하던 음식을 먹으러 갈 땐 ‘아 그 사람이 이거 좋아하던 건데’하게 되고 좋아하던 계절에 물씬 선명해지며 좋아하던 음악은 우연히라도 들릴 시 우뚝 멈춰 서도록 하잖아요.
특유의 말버릇 손동작, 걸음걸이 등이 덩달아 남아요. 여전히 당신처럼 웃고요. 무심결에 똑같이 복사된 행동을 보여요. 나는 우리가 두텁고 튼튼한 관계라고 확신했거든요. 한데 지금 와 보니 모래성에 불과했던 모양이에요. 파도가 한번 휩쓸고 갈 경우 쉬이 무너지는 모래성이요. 파도는 이미 지나간 후이고요. 대비를 하기엔 늦었단 의미이지요.
하지만 굳이 얘기해 보자면요. 잔해는 존재해요. 모래성을 열심히 만들었던 우리 둘의 잔해 같은 거요. 쓰러진 깃발이라든가. 모래 삽이라든가. 모래를 가득 담아 나르던 양동이라든가.
이러다 내가 당신에게서 배운 사랑을 그대로 재현하려 들까 봐 걱정이 되네요. 문득문득 이와 같은 질문들만 머릿속을 가득 메워요. 사랑은 왜 끝나나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사랑도 왜 끝이 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