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고 말하려니 참 서툴렀고. 그 바람에 놓쳐버린 사랑이 여기까지 왔네요. 그 시절 당신 얼굴 한번 보겠다고 되게 열심히 살았었는데요. 왔던 길을 수없이 다시 되돌아가며 뒤에서 당신을 험담하는 사람들에게 씩씩거리기 일쑤였지요. 하지만 당신은 몰라요. 내가 말 못 했거든요. 겨우 작은 편지지 한 장으로 맘을 전해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줍었고. 두 번 다신 보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거든요.
당신의 이름을 썼다 지우는 일을 엄청 많이 반복했어요. 일상이었어요. 눈에 보이는 데에 족족 적어내리기 바빴어요. 김 서린 버스 창문에도 그렇고요. 놀이터 모래에 쭈그려앉아서도 그랬고요. 메모하려고 샀던 노트 귀퉁이에도 얼마나 열심히 적었는지 몰라요. 그러다 누가 볼 세랴 황급히 지워버렸지만 말이에요.
또한 당신 꿈을 정말 많이 꾸었는데요. 꿈속의 당신은 항상 친절했고 금방이라도 날 사랑할 듯 굴었는데요. 때문에 그 안에 갇혀 살고 싶단 생각을 했단 건 비밀이에요. 꿈에 나오는 날엔 로또라도 맞은 심정으로 하루를 살았지요. 그대로 이루어질 거라며 한 며칠은 굳게 믿으며 말이에요.
당신이 주었던 물건은 차마 버리지 못했어요. 대단한 것도 아니었고 고작 포스트잇 한 장, 연필 한 자루, 지폐와 맞바꾼 동전 몇 개, 이런 거요. 보물 상자에 넣고서 혼자 여러 번 꺼내봤답니다.
여전히 이랬던 날들이 문득 생각나요. 불현듯 떠올라요. 당신을 여태 그만큼 지극히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좋아했던 그 시절을 나를 못 잊는 것도 같아요. 굉장히 열렬했고. 뜨거웠고. 순수했으며 일절 얼룩지지 않은 마음으로, 진짜 온 진심을 다해 사랑했으니까요. 그런 사랑, 일생에 흔히 오는 기회가 아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