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마요, 더는 챙겨줄 나도 없잖아요

by 주또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좋았던 날들도 전부 이제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거잖아요. 물론 우리가 사랑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만 이제 더 이상 아침에 눈을 떠 연락할 이 없고 일상생활 속 소소한 에피소드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게 며칠간은, 아니 몇 달간은 꽤나 헛헛하겠어요. 당신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모두 휴지통에 버려요. 나눴던 메시지를 지워요. 사진을 삭제하고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선물을 장롱에 처박아두어요.


조금 지나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원래 이별이라는 게 당장이 버겁지 시간 지나면 다 흔한 이별이 되는 거잖아요. 특별할게 뭐 있겠어요. 우리 서로 사랑할 때나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것이지. 헤어지면 남 아니겠어요. 어떻게 살아갈지 몰라요. 내가 모르는 누군가와 또 다른 만남을 이어갈 수도 있어요. 매번 한차례 연애가 끝난 뒤 그 어떤 이와도 사랑에 빠질 수 없겠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 끌어온다만 또 역시 몇 날이 흐른 뒤엔 거짓말처럼 사랑에 눈뜨곤 하잖아요. 처음 사랑을 배우는 사람들 마냥 굴잖아요.


어차피 똑같이 밥을 먹고 똑같이 영화를 보며 똑같이 전화를 하고 대화를 하고 두 사람만의 인생을 공유하게 되는 것뿐인데, 이게 참 한창일 때에는 더할 나위 없어요. 때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때로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기도 해요. 또한 가족이 되기도 하였다가 세상 무너질 듯 싸우는 원수가 되기도 하지요. 연인이라는 게 이렇게 보면 굉장해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날의 기분을 결정하는 인물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루 비중을 제일 많이 차지하죠.


이랬던 사람과 하루아침 사이 남이 된다니 어찌 멀쩡할 수 있겠어요. 차츰 준비해온 이별도 있을 테지만, 여하튼 간에 이별이 마냥 아름다울 수 없고 슬프지 않을 수 없어요. 좋은 사람 만나라는 당신의 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어요. 아프지 말라는 얘기에 대꾸할 처지가 되지 못했어요. 당신보다 나은 사람은 없을 거였거든요. 당신한테도 내가 그런 존재였으면 했으나 그렇지는 못할 것 같아요.


우리 잘 헤어져요. 헤어짐 앞에도 ‘잘’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가는 애매하네요. 몸 챙겨가면서 일해요. 당신은 좀 뭐든 쉬엄쉬엄해요. 더는 챙겨줄 나도 없잖아요. 헤어지는 마당에 이런 걱정 소리도 우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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