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속절없다고들 하잖아요

by 주또

한때 당신이 세상 전부였던 날들이 있었지요. 희한하리만치 온 마음을 쏟게 되었던 인물.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서 당신 한마디라면 주저 없이 뛰어갈 수 있었어요. 당신한테 뭐든 더 주고자 했지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요. 당신은 뭐든 가진 사람이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건네는 작은 선물에는 의미가 없을듯했어요. 시시할 따름이었을 거예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순간이 대부분이었어요. 자주 다니던 골목을 서성였지요. 운 좋게 얼굴을 마주할 시엔 당신을 향해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잇따라오는 상냥한 말투는 나의 시린 일생을 녹여주었지요.


당신은 정말이지 완벽한 사람이었어요. 흠잡을 수 없는 인간이었던 반면, 난 볼품없었답니다. 안타까운 얘기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불쌍해지고 싶진 않았어요. 당신과 오래 보기 위해선 당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어요. 당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공부했고요. 알고자 하는 지식과 정보를 수집했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나도 좋아했고,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정리해 건네주곤 했지요.


당신의 뿔테안경 너머의 시선이 설레었어요. 당신이 볼펜을 쥐는 손 모양도 좋았고요. 일정한 발자국 소리가 서러웠어요. 당신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왜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 이유들이 명확해지곤 했지요.


눈치채고 있었을까요? 난 진짜 당신에게 최고로 다정하고자 했습니다. 당신이 그어놓은 선을 절대 넘지 않은 채 말이에요. 당신한테 난 단순히 재미에 불과했을 거예요.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며 심심할 때마다 말동무가 되어주는 내가 편리했을 테지요.


좋아했던 마음을 후회하진 않아요.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어쩔 수 없음’이었듯이,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마음도 ‘어쩔 수 없음’이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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