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하게 되었다.
결국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
이직을 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이직을 한다. 내일이면 첫 출근이다.
기존에 다녔던 중소기업은 3년을 넘게 근무했다. 생각해보니 고등학교도 방학을 제외하면 3년을 풀로 다니지 않는데 이곳은 방학이라고 해봤자 연차 15일이 2번, 11일이 1번으로 쉬는 날은 한 달을 조금 넘었으므로 꼬박 3년을 풀로 근무했다. 고등학교보다 더 지독하고 긴 시간을 같은 사람들과 함께 다닌 것이다. 친해지지 않을 수 없는 긴 시간이었다. 그래서 헤어질 때 이렇게 아쉬웠구나 깨닫게 된다.
그간 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성공했다. 3년과 2년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얼른 이직하고 싶은 생각에 2년을 골랐고 솔직히 후회한다. 2년을 버틸 회사면 3년도 버틸 만한 회사라는 걸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가입할 당시의 그 나이로 다시 돌아가서 청내공 연도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난 아무것도 안 하고 중견이나 공기업을 노리며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이놈의 사무직을 때려치우려고 했다. 아예 다른 직군으로 중고 신입으로 시작하려 했다. 이곳저곳 원서도 몇 군데 넣어보기도 하고 대기업, 중견기업 가리지 않고 이력서를 넣기도 했다. 하지만 빈번한 탈락만을 맛보았을 뿐이다. 내가 해온 일을 접고 신입으로서 이동하기에는 난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늙은 취업준비생에 불과했다. 결국 나는 내가 해온 일을 살려서 이직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새로 시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를 다녀보니 알 수 있던 몇 가지 사실 중 하나는 모든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나만의 뚜렷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업무를 위한 일개미로서의 나의 시간은 40세, 길게는 50세 전 후에 불과하고 그 안에 나의 젊음의 단물을 쭉쭉 짜주며 최고의 연봉을 만들어 늙음을 대비해야만 한다. 이것이 3년간 일하면서 얻은 나의 결론이다. 그러면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내 연봉을 다시 올리기에는 -3년을 보상받아야 할 만큼의 큰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흥미로운 일이 생기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해왔던 일을 가지고 이직을 준비했다.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취업사이트의 나의 이력서를 고쳐야만 했다. 이것저것 경력을 기술하는 동안 내 3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그리고 정리된 나의 경력기술서를 보면서 조금 슬펐다. 이렇게 한 것이 없었나. 내가 게으르게 살아온 건 아닌데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무언가가 하나도 없는 경력이라니 조금 슬펐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아왔으니 이만큼이라도 채울 수 있었다면서 나 자신에게 괜한 위로를 한마디 던져주곤 했다.
그리고는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을만한 기업을 찾아봤다. 고르면서도 이곳저곳 넣기가 힘들었다. 같은 계열로 넣는다면 레퍼런스 콜이 와서 괜히 내가 이직한다는 걸 회사에 알리게 되진 않을까. 그런데 같은 계열이 아니면 내 경력을 크게 인정해줄 만한 곳은 없을 텐데.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을 기업을 찾는 것도 참 힘들다는 걸 또 깨달았다. 결국 이력서를 오픈해놓고 나를 불러달라며 온 사방에 광고를 했다. 나의 경력을 온 사방에 열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고 현 회사에 이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은 3년간의 회사 생활을 접고 새로운 회사에서의 첫출발을 시작해보려 한다. 그간의 정신없던 방황은 끝내고 새로운 정착을 할 수 있길 기도하고 있다. 기존 일을 하게 될 테지만 그래도 조금 더 흥미롭고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