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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Nov 22. 2024

12월, 권고사직의 피바람이 분다.

연말은 크리스마스다? 아니, 평가시즌이다!

12월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하얀 눈, 반짝이는 트리, 송년모임으로 북적한 식당, 길거리 연인들의 모습, 언제 들어도 설레는 캐럴,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사람들. 그렇게 왜인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들뜬 분위기가 가득한 그런 모습이다. 나 역시 그랬다. 뭐라도 크리스마스 느낌을 주는 것을 사서 집을 꾸미는 게 좋았고, 1일부터 캐럴을 듣기 시작했으며, 송년모임을 핑계로 여기저기서 술을 먹느라 바빴다. 12월은 춥기보다는 포근한 겨울의 이미지가 더 컸다.


요새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들 한다. 사실 매년 올해가 제일 어렵다, 전년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언제 좋아질 때가 있긴 한 걸까? 그런데 올해는 정말 어렵긴 했나 보다. 권고사직과 희망퇴직의 피바람이 회사에 분다. 이 살벌한 분위기에 한참을 욕을 하다 퇴근하면 집에 와서 틀어놓은 뉴스엔 온통 '잘 나가는 줄 알았던' 대기업들도 권고사직 바람이 불어 30-40대 '강제 퇴사자'가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하루아침에 몸담고 있는 직원을 내치는 회사에 진절머리가 나서, "더러워서 내 발로 나간다!" 하고 싶지만 나가도 이젠 정말 갈 곳이 없는 시국이다. 너도 나도 직원들을 내치고 고정비를 줄이는데 혈안이다.


직장인에게 12월은 평가시즌이다. 한 해의 성과를 최대한 잘한 것처럼 열심히 기술하여 최대한 좋은 고과를 받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일정 퍼센트가 정해져 있는 s, a, b, c, d의 평가 점수 중에 좋은 것을 내가 차지할 수 있도록 상사에게 최대한 잘 보여야 되는 때이다. 학교를 다닐 땐 시험으로 그간 공부한 것을 평가받았는데, 회사를 와서도 평가의 연속이다. 어쩌면 오늘의 회식자리가, 오늘의 프로젝트 발표가 나의 연간 평가에 어떤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회사나 비슷한 수준이겠지만 s와 a의 비중은 굉장히 낫다. 한 팀에서 1-2명 있을까 말까 하다. 대부분은 b, 뭔가 낙인찍힌 것이 있다면 c, 이하인 d면? 이제 그만 나가라는 얘기와도 같다. 다른 회사는 다를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선 그렇다. 그러니 직원의 반이상은 b를 받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한데, 아주 웃기게도 이번 권고사직 대상자를 리스트업 한 기준이 (물론 공식적으로 게시된 기준은 없고, 암암리에 직원들 사이에서 소문이 것인데) 글쎄 고과 b 이하를 받은 사람이란 것이다! 회사는 정녕 이상의 직원을 내보내려는 목표를 세운 것일까?


물론 작년에도 권고사직의 바람은 불었다. 그러나 소수였고, 알려진 대상자들은 대부분 '나갈 만한' 사람들이었다. 업무 태도가 안 좋거나, 근태가 불량한 직원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옆자리, 앞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그리고 어제까지 같이 회의하고 일했던 직원들이 모두 대상이 되었다. 이번엔 대상자가 되지 않은 사람들도 "휴 다행이다"로 안도하는 게 아니라, "내년에 나일수도 있겠네?"라는 아주 찝찝하고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채로 맘 졸이고 있느니 내 발로 나가겠다며 희망퇴직을 신청해서 떠날 결심을 한 직원들도 생겨났다.


나를 포함한, 아직 권고사직을 당하지 않은 남겨진 직원 대부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아마도 아주 많은 수의 직원들이 정리되어 떠나고 나면 빈자리도 많아질 것이다. 올해 12월은 좀 많이 추울 것 같다. 오늘따라 캐럴도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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