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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Nov 12. 2024

상실의 연대

이 브런치 연재 글을 쓰기 위해, 방금 전 러닝을 하고 왔다. 3km를 쉼 없이 뛰었고, 나머지 2km는 걷다 뛰다를 반복해서 꾸역꾸역 5km를 채우고 돌아왔다.

뛰고 온 이유는, 이 글을 쓰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나의 고통을 넘어 치유와 극복의 과정을 담고 싶었는데 내가 아팠던 이야기에 자꾸만 몰입하게 되었고, 그래서 노트북을 켜서 자판에 손을 올리면 한 글자 한 글자 쓰는 내내 괴로웠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처럼 가슴에 무거운 돌이 박히는 것 같았다.


지난주 화요일도 몇 번을 이 흰 페이지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 결국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아이를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나의 상태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냥, 처음 의도보다는 조금 더 가볍게 적어보자고 마음을 고쳐먹고, 러닝으로 리프레쉬까지 하고 이 글쓰기 페이지를 열었다. 




내 글을 쓰지 못했을 때, 브런치에서 다른 글들을 자주 들여다봤었는데 갑작스러운 병에 걸린 이야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나와 비슷한 아픔을 이미 겪은,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작가님들이 정말 많았다. 그분들도 다 살아내기 위해 연재를 시작하신 것 아닐까.


나 스스로를 응원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응원받고 응원해 주기 위해. 비슷한 종류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 간의 연대는 그런 것 아닐까. 누군지도 모르지만, 그 글을 읽는 것 만으로 공감이 되고 얼마간의 위로가 되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사실 만나서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상실의 연대를 위한 모임이 있을까? 가서 함께 이야기하고, 한바탕 울고 나면 또 같이 웃을 수 있을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퇴근길에 즐겨보던 네이버 웹툰인 '마루는 강쥐'를 오래간만에 열어봤다. 5편 정도 밀려있었는데 그새 완결이 된 게 아닌가, 아쉬운 마음에 정주행을 하다 지하철에서 오열을 하고 말았다. 지하철에서 수도꼭지가 터진 적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오늘은 특히 누가 나를 보면 '웹툰보다 엉엉 우는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될 것 같았다.


'마루는 강쥐는' 어느 날 키우던 강아지 마루가 사람으로 변해, 반려인에서 여동생의 언니가 된 사람의 이야기다. 마루는 유치원생이 되는데, 사람이 되면 두 손과 두 다리가 생겨 어디든 언니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란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냥, 정말 귀여운 어린아이 같은 그림체의 웹툰인데 강아지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자주 울컥했었다. 나의 아이도 이렇게 나를 사랑했겠지, 이렇게 나와 평생 함께 하고 싶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웹툰의 대사인데 와닿았던 내용이라 여기다 옮겨 적어본다. 

헤어질 때가 되면 더 애틋한 마음. 그 마음을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함께하는 매일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도 알 수 있을 텐데.
모든 만남이 그렇듯이 우리도 언젠가 헤어지게 되겠지? 가슴이 찢어질 거야.
하지만 마루야, 그날이 아무리 슬퍼도 너와 만나기 위해서라면 나는 놀랍도록 용감해질 수 있어.
나에게 일어난 기적은 너와 내가 만난 그날 시작되었거든. 마루와 만나서 오늘이 온 거야.
우리 아프지 말고 숨이 차게 뛰어놀자. 세상엔 아직 네가 맡아보지 못한 냄새가 잔뜩 있어.
가보지 못한 곳에 가고, 마음껏 사고 치면서 내일도 모레도 많이 행복하자. 마루가 내 가족이잖아.
우리 마루 행복하게 언니가 꼭 지켜줄게. 그러니까, 아직은 헤어지지 말자.


웹툰을 보면 댓글을 항상 보게 되는데, '마루는 강쥐'는 강아지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댓글에도 키우던 강아지와 이별하게된 이야기, 곧 이별을 앞두고 있는 이야기 들이 많았다. 이런 댓글엔 좋아요와 힘내라는 대댓글이 많이 달렸다. 우리는 서로의 위로와 공감을 받기 위해 자신의 아픔과 걱정을 드러내며 이를 통한 연대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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