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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Mar 12. 2019

그때는 그립고, 지금은 힘들다.

힘든 만큼 그리워지는 과거.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몇 년 전, 미디어에서는 과거로 돌아가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 적이 있다. 그냥 딱 생각나는 것만 해도 '고백 부부' '아는 와이프' '터널' '라이프 온 마스'까지.


이 뿐이 아니다. 비록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하여 흥행에 성공했다.


 주인공을 과거로 보내는 대신 시청자들을 주인공이 있는 과거로 인도한 것이다. 최근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도 '추억과 복고'를 테마로 하는 곳이 많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날이 그리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늙고 싶어 늙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나이 든 자신을 보면 당연히 젊은 날이 그리워진다. 거기다 지나온 시간이 길수록 후회할 거리 역시 많은 법이니까.

문제는 이런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품는 연령이 점점 어려지는 것에 있다.


90년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그때가 좋았지'는 적어도 40대는 넘어야 테이블에 오르는 주제였다. 미디어는 늘 미래에 대해 다뤘다. 그것이 어찌나 심했던지 미디어만 보면 2010년쯤 되면 미래인과 조우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과거를 추억하는 연령 때가 그보다 훨씬 낮아졌다. 30대들이 보통 향유하고 있는'키덜트 문화' 역시 과거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어느 정도 기인하는 면이 있다.


이것이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과거는 시간이 지나며 보정되기 마련이다. 힘들었던 기억은 서서히 희석되고 좋았던, 즐거웠던 기억만이 남는다.


단적으로 당장 스마트폰이 없고 인터넷을 하면 전화가 끊기는 시기로 돌아간다고 생각해보자.


연락을 하려면 집전화로 해야 하고 삐삐가 오면 공중전화로 뛰어야 한다. 당장은 신선하고 좋을지 몰라도 금방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때는 그게 최신이었지만 우린 이미 그것을 뛰어넘는 편안을 경험해 버렸으니까.


청소년이 되면 야자를 하고, 퇴근 후 혼자 들이키는 맥주를 할 수 없다는 것도 치명적이다. 남자일 경우는 군대도 다시 가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나이가 들지도 않은, 젊은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고 돌아가고파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지금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 보상 없는 하루, 나이가 들며 등에 지게 된 책임감과 사람들의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 별로 기대되지 않는 미래.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이 아닌 이유는 그만큼 현실이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고, 그 힘든 때로 왜 돌아가요?'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경우 그들은 지나온 삶에 후회도 없고, 설령 있다고 해도 지금이 과거보다 훨씬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이 많아져야 진정 행복한 국가다.


과거도 좋지만 미래를 그릴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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