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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재손금 Oct 31. 2024

구급대원 폭력에 대한  우리의 단호한 외침

간절히 호소합니다.

친구야, 들어봐.

코로나 감염병이 한창일 때였어. 온 나라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지. 그때 나는 소방 특별사법경찰로 근무하고 있었어. 그 시절에 있었던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려줄게.


코로나 당시 구급대원들은 정말 많은 고생을 했어. 방호 등급 D급 전신 보호복을 입고도 코로나 환자들을 병원이나 격리 기관으로 이송해야 했지. 일반 환자들도 마찬가지였어. 병원 응급실에 이송한 후에도 환자의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만 의료진에게 인계할 수 있었고, 그래서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어. 코로나 감염병에 구급대원들 역시 감염될 위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지. 특히 더운 여름날에 D급 보호복을 입고 일하는 건 정말 고된 일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맡은 바 책임을 다했어.




그러던 어느 날 구급대원 폭행 사고가 발생했어. 사건의 개요는 이래.

50대 남성이 부부싸움 후 자신의 집이었던 빌라 3층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해 건물 밖으로 떨어졌는데, 운이 좋게도 건물 사이에 쌓여 있던 폐식용유 통들 위로 떨어져 큰 충격을 피할 수 있었어. 이에 119 신고가 들어와 구급대가 출동했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어.


환자는 속옷 차림에 온몸이 폐식용유로 뒤덮여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지.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를 한 후, 바로 병원으로 이송했어. 그런데 이송한 병원 응급실이 코로나 확진 환자 발생으로 폐쇄를 검토 중이어서 의료진에게 바로 인계하지 못하고 병원 측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어.


그러던 중 환자의 가족들이 병원에 도착했고, 특히 환자의 큰아들이 응급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로 구급대원에게 격하게 항의하기 시작했어. 말다툼이 커지면서 아들은 구급대원을 폭행했고, 결국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히게 됐지. 이후 사건이 소방 특별사법경찰인 나에게 넘어오게 된 거야.


피해 구급대원은 이제 소방관으로 근무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젊은 직원이었어.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는데, 얼마 전에 아이를 출산했다며 아기 사진을 보여주더라고. 덕분에 훈훈하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 보니, 그 구급대원은 피의자로부터 머리를 두 차례 맞고, 몸을 세게 밀침 한 차례, 그리고 명치를 한 차례 가격당하는 폭행을 당했어.

폭행 사고에 대해 어느 정도 사실관계를 파악했다고 생각하여 조사를 마무리 지으려는데, 함께 출동했던 다른 대원이 조심스럽게 다른 주장을 하더라고. 그날 피의자가 피해 구급대원을 때린 것 외에도


'폭력'을 행사했다는 거야.


수사를 조금 더 이어가야 했지. 추가적인 폭력에 대해 묻자,

폭행을 당한 구급대원은 그만 울음을 터트렸고, 나머지 두 명은 울분을 참지 못하는 듯 매우 흥분한 모습을 보였어. 당시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들의 반응을 통해 느낄 수 있었지.


응급환자의 아들, 즉 구급대원을 폭행한 피의자는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병원 주차장에서 폭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구급대원들에게 폭언과 욕설로 모욕을 주었다는 거야. 여러 사람들 앞에서 구급대원들이 겪어야 했던 그 모욕은 사건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지.




다음은 그날의 CCTV 영상을 재구성한 내용이야:


22:53 ○○병원 응급실 ■■소방서 구급차량 도착
          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를 실은 이동용 들것을 의료진에게 인계하려 함


22:54 의료진 ‘코로나 확진 의심환자 응급실 이용으로 폐쇄 여부 검토 중’ 설명

 *흰색 보호의 3명 : 소방사 M(좌), 소방교 S(중), 소방교 J(우), 파란 보호의 2명 : ○○병원 의사(좌), 간호사(우)


22:57 응급실 담당 의사 응급환자 최초 진료
 *구급대원 M, J는 응급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급대원 S가 이송 가능한 다른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 통화를 시도함.


22:59 피의자 현장 도착
 *현장 도착 후 아버지(S.Y.P., 50세)인 응급환자에게 “아빠 괜찮아? 왜 그랬어? 많이 아파?”라고 말을 함.


23:00 소방교 S가 응급환자의 현재 상태 및 대기 이유 설명
 *피의자가 위 S에게 “좆 X는 소리하지 마! 왜 안 들어가냐? 그런 게 어디 있냐?, 병 X새끼들아 너네가 미리 알아보고 왔어야지”라고 위협적으로 말함.


23:01 응급실 담당 의사가 ‘코로나 환자로 인해 폐쇄를 고려 중이므로, 들어가기 힘들 것 같다.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설명함
 *피의자가 “씨 X 그런 게 어디 있냐? 코로나가 중하냐? 사람이 중하지, 그러게 이 병 X들아 왜 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어?”라고 구급대원에게 욕설을 함.


23:01:29 피의자의 어머니(E.J.K., 46세) 현장 도착
*소방교 S가 E.J.K. 에게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함
*피의자가 S에게 “씨 X 그딴 게 어디 있냐고?, 씹 XX들아 니들이 하는 게 그런 거냐,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 아니야 병 X새끼들아 하여튼 니들이 책임지고 응급실에 넣어”라고 욕설과 폭언을 하며 오른손을 들어 S를 때릴 듯이 위협함.
*E.J.K. 가 피의자에게 “너 왜 그래? 하지 마!, 아 이 새끼가 왜 그럴까, 하지 마”라고 말하며 피의자의 왼쪽 어깨를 때림
*구급대원 J가 “선생님 왜 그러세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욕설과 폭언을 멈춰주세요”라고 말하며 한 걸음 다가감


23:02 피의자가 구급대원 J를 폭행
*피의자가 J의 이마를 자신의 머리로 2회 가격하고 “뭐 씨 XX 끼야, 뭐? 뭐? 어쩔 건데? 왜 때리게? 봐, 돈 있으면 봐 병 XX 끼야, X도 아닌 새끼가 죽려고”라고 욕설을 하며 피의자의 몸으로 한 차례 J를 밀치고 왼팔꿈치로 J의 명치를 한 차례 가격함
*어머니인 E.J.K. 가 계속 말리는데도 거칠게 뿌리치며 구급대원 J에게 “씨X새끼, X만 한 새끼, 죽여버린다”라는 심한 욕설을 함
*피의자의 친동생(B.H.P., 97년생)이 현장 도착하여 E.J.K. 와 함께 피의자를 말림


23:02:40 응급실 당직 의사 응급환자를 응급실 안으로 이송하라고 지시
*피의자는 모친과 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욕을 하며 구급대원 J에게 위협을 가하고 만류하는 ○○병원 보안요원들과도 승강이를 벌임

*소방교 S와 M이 응급환자의 들것을 응급실 안으로 이동 조치

23:03 이후 상황(구급차 블랙박스 영상) E.J.K. 와 B.H.P. 가 피의자를 계속 말림


23:10 응급실 이송 후 구급차 및 들것의 폐식용유 정비 시
*(구급대원이 들것에 기름을 닦는 모습을 보며) 피의자가 구급대원을 향해 “저거 봐라 저 새끼들 저딴 일 하면서 돈 3백만 원 벌어간다, 병 X새끼들, X만 한 새끼들, 야 병 X새끼들아? 내가 아까 때린 거 한 돈 천만 원 주면 되냐? 어? 병 X새끼들 킥킥킥”이라고 끊임없이 큰소리로 모욕을 줌.






친구야, CCTV 영상을 글로 설명하니 잘 이해가 안 되지?

그날 피의자의 아버지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어. 3층에서의 낙상으로 인해 여러 곳의 뼈가 골절되었지. 이송을 위해 구급차로 태우는 순간에도 구급대원들은 폐식용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2차 부상을 막으며 최대한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했어.


그 후 병원의 사유로 인해 의료진에게 인계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대기하면서도 구급대원 한 명은 시내의 이송이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기 위해 계속 전화를 돌리고 있었어. 물론 피의자가 응급환자의 아들로서 부친의 자살 시도와 처참한 몰골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구급대원에게 항의나 불만을 표현하는 정도를 넘어선 상스러운 욕설과 폭언으로 위협하고 자신의 신체를 사용하여 폭행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있을까?


또한, 자신의 모친과 동생이 몸을 붙잡으며 간절히 말리는데도 그들에게도 욕을 하며 거칠게 뿌리치는 모습이나, 의료진에게 응급환자를 인계한 후 폐식용유로 오염된 구급장비 등을 정비하는 구급대원에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모욕과 폭언을 일삼는 행동은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일까?


그 후 사건을 계속 수사했어. 해당 병원에 가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의료진들에게 진술을 청취하고 병원 CCTV도 모두 확보했어. 이어서 피의자를 조사하기 시작했지. 먼저 응급환자의 큰 아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피의자 신문을 했어.


그런데 말이야. 나는 수사관으로서 그 어떠한 경우에도 수사에 대한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했고, 전 수사 과정에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태도를 유지해야만 했어. 솔직히 이 사실이 조금 분했지.


신문 내내 피의자는 잘못했다고 거듭 진술했어. 그날 아버지의 처참한 모습에 너무 놀랐는데 응급실에 못 들어간다고 하니 화가 나서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 그의 뻔뻔한 변명 따위를 여기에 언급하고 싶지도 않아.

그 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119 법에 의해 구급대원 폭행 건만 처벌을 받았어. 모욕죄는 환자를 의료진에게 이송한 후에 발생했기 때문에 다른 법률에 의해 별도의 고소를 진행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러나 구급대원 3명은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하지 않았어.


대신, 그 후 오랫동안 심리 치료를 받았다고 들었어.






어떠한 이유에서도 119 구급대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너무 아파서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그런 변명으로는 구급대원이 겪는 고통을 절대 설명할 수 없어. 


구급대원에게 가해진 폭력은 단순한 상처가 아닌, 평생 남을 깊은 흉터가 될 수 있다는 걸 꼭 알아줬으면 해. 여기서 말하는 폭력은 단순히 신체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아. 폭언, 폭설, 모욕, 심지어 위협까지도 모두 폭력이야. 그것이 피의자의 법적 조치와 관계없이 구급대원에게는 큰 상처로 남지.


구급대원들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현장에서 뛰어. 때로는 자신의 안전도 뒤로한 채,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려가는 이들이야. 사고 현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안정시키고, 공포에 휩싸인 환자와 가족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감사의 말이 아닌 폭언이나 폭행이라면, 그것이 주는 억울함과 허망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거야.


이런 몰지각한 폭력이 반복될수록 구급대원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지칠 수밖에 없어. 만약 이들 중 누군가가 현장에서 두려움이나 트라우마를 느끼게 된다면, 앞으로 예전처럼 헌신적으로 사람들을 돕는 게 어려워질 수 있어. 그 한순간의 무책임한 행동이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줘.


구급대원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고 막아야 할 문제야. 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줘.

폭력의 대상이 되는 순간, 그들에게 남는 것은 두려움과 상처뿐이야. 우리 모두가 그들이 아무 걱정 없이 자신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


부디, 구급대원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말아 줘. 그들은 우리의 가족이자 친구이며, 동료야.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는 걸 잊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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