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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재손금 Nov 06. 2024

감사관에서 '감사'는 '감사합니다'가 아니다.

감사관의 기승전결

친구야, 들어봐.

이번에는 내가 감사팀에서 일했던 이야기를 해줄게.




기 - 감사팀에서의 시작


내가 3년간 근무했던 감사팀은 우리 지역 모든 소방서를 총괄하는 소방본부에 속한 부서야.

이 부서에는 직원들의 비위나 위법 행위를 조사하는

감찰팀과, 직원들이 수행한 소방 행정 전반을 사후에 감사하는 감사팀이 있는데, 내가 근무한 곳이 바로 그곳이지.


11개 소방서를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종합감사를 2주 동안 실시하고, 매년 예산, 회계, 인사, 복지 등 특정 사항을 선정해서 부분감사도 진행해. 감사 결과에 따라 위법하거나 부당한 업무를 수행한 직원들에게는 징계, 환수, 경고 등의 행정 처분을 내리지.


친구에게 들려준 앞선 이야기들(8번~16번 브런치 글)에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도 업무를 처리한 후에 엄청나게 감사를 많이 받았었어. 그러다 결국 그 부서로 내가 발령이 나게 된 거지. 아마도 소방시설 완공 업무, 단속 업무, 그리고 소방특별사법경찰 업무까지 경험했던 내 경력이 조금은 인정받은 거 같아서 내심 우쭐한 기분도 들더라.




승 - 감사팀에서의 딜레마와 갈등


감사팀이라고 하면 뭔가 중요하고 권위 있는 일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동료들의 업무를 철저히 살펴보고 그 안에서 문제를 찾아내 지적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어. 그래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지. 

동료들 사이에서 비난을 듣는 것도 일상이었고, 때로는 미움까지 받으니까 말이야. 아마 이때부터 혈압약도 먹기 시작했던 것 같아.


솔직히, 직원들에게 하도 욕을 먹다 보니 순간적으로 타협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 실제로 몇 번은 타협한 적도 있었고, 나보다 고위직급의 직원들에게는 다소 우호적으로 감사를 진행했던 적도 있지.


그런 순간들마다 ‘내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라는 고민이 들었지만, 그때는 그게 나름대로의 “실용적”인 선택이라 생각했던 거 같아. 사실, 나도 현장에 있을 때는 규정보다는 실용적 편리에 따라 일했던 적이 많았거든. 그런데 감사관이 되고 나니, 그런 부분들을 지적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끔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어. ‘내가 정말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지더라.


어느 날은 친하게 지내던 동료의 작은 실수를 발견했어. 그냥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감사팀 입장에서는 그럴 수 없었지. 정해진 규정대로 지적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어. 그 이후로 그 동료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진 걸 느꼈어.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어.




전 - 감사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


감사라는 게 동료들한테서 욕을 먹는 건 일상이거든? 나는 규정대로 일을 처리했을 뿐인데도, “그걸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말을 들으면 억울하기도 하고 기운이 빠지더라. 특히 감사가 끝난 날이면,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동료들이 나를 힐끗거리며 수군거리는 걸 느낄 때가 있었어. 어떤 날은 일부러 다른 테이블로 옮겨 앉는 동료들을 보면서, 내 존재가 얼마나 불편하게 느껴졌는지 실감하기도 했지. 


그 순간들이 참 고독했어. 내가 잘못한 건 아닌데, 마치 조직 내의 감시자나 간섭꾼으로 여겨지는 기분이었어.


감사팀은 필요하다고 다들 말은 하면서도, 정작 감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불편해하는 게 현실이더라고.


그러나 감사의 역할이 결국 사고를 방지하고, 조직 내의 문제를 미리 찾아내는 데 있으니까, 일을 대충 할 수도 없었지. 만약 우리가 작은 실수를 그냥 넘어갔다가 그게 반복되어 큰 사고로 이어지면, 그때는 또 “감사팀은 도대체 뭐 했냐?”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게 뻔했거든.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과도하게 보일지라도,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어. 아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았어. ㅠㅠ


그 당시에는 솔직히 감사팀에서 일하는 경계가 너무 힘들게 느껴졌어. 동료들 입장에서는 작은 실수처럼 보이는 것도, 감사팀 입장에서는 봐줄 수 없는 경우가 많았거든. 규정은 규정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일을 하고 나면 다시 “좀 봐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스스로도 혼란스러워졌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혹시 조직 내에서 괜한 갈등만 일으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는 내 진심을 알아주길 바랐기 때문이야. 내가 지적한 문제들이 결국에는 큰 사고를 막고, 조직이 조금 더 안전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게 감사팀의 존재 이유가 되는 거니까. 언제나 환영받는 역할은 아니지만, 이 일이 조직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버텼어.


물론 가끔은 내 진심을 알아주는 동료들도 있었어. 처음에는 불편해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일했는지 이해해 주려는 사람들이 있었거든. 어떤 날은 불시에 만나게 된 동료가 나를 보면서, “덕분에 우리가 실수하지 않을 수 있었어. 너도 힘들었을 텐데 고생 많았다”라고 말해주는데, 그 말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되더라. 그럴 때마다 ‘그래, 내가 헛되게 일한 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어.

그런 이해와 공감이 감사팀에서 일하는 동안 정말 큰 힘이 되었어.


그렇게 그렇게 냉탕과 온탕의 시간을 지나면서 감사의 목적과 감사관으로서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조금씩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

 

감사관 개인이 일시적으로 욕을 먹더라도, 조직 전체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감사의 본연의 목적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거였지. 처음에는 규정을 지키지 않는 작은 실수가 큰 문제가 되리라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실수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점점 실감하게 됐어.


감사를 통해 지적하는 과정이 당장은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조직을 더 안전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이 일이 갖는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더라. 만약 내가 맡은 감사가 조직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생긴 갈등이나 비난은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됐어.




결 - 감사관으로서의 보람과 의미


친구야, 돌아보면, 감사팀에서의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어.

조직 내에서 감사관으로 일하는 동안, 나를 향한 수많은 비난과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움까지 감수해야 했지. 감사라는 일이 항상 환영받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니, 조직을 위한 중요한 일을 해왔다는 자부심이 남아 있어. 비록 그 과정에서 불편함을 주는 역할이었지만, 감사팀이 있었기에 조직이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한, 언젠가는 내가 한 일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줄 사람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내게 큰 버팀목이 됐어. 내가 규정대로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당장은 비난받고 불편하게 여겨질지라도, 결국 그것이 조직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고 이해해 줄 날이 올 거라고 믿었지. 그래서 그 힘든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이제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생각해. 비록 그때는 고되고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내가 맡은 역할을 통해 조금이라도 조직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내 노력이 조직의 안전과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 감사팀에서의 경험이 내게 준 값진 교훈과 보람은, 이후 내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큰 자산이 되어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


그리고


이런 확신이 내게 왔을 때 나는 소방경(119 안전센터장, 소방서 팀장)으로 승진을 하고 다시 화재 현장으로 나가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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