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햄튼에서 시작, 런던을 품은 시간 여행
사우스 햄튼 항구 사우스 햄튼에서 런던까지 가는 기차
국회의사당 외벽 풍경. 빅벤과 회색 하늘
이민의 꿈도, 타이타닉도
모두 이곳에서 출발했다—사우스햄튼 항구
수많은 작별을 품은 항구에서
나의 첫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사우스햄튼 항구에서 내려서 30분을 걸어서
영국 가는 기차에 올랐다.
해가 막 떠오른 아침 7시,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기차는 런던을 향해 달렸다.
두 시간의 여정 동안 창밖엔 오래된 엽서 같은 풍경이 흘렀다.
안개 낀 들판과 담쟁이덩굴이 감싼 벽돌집들, 영국의 아침은 조용하고 정갈했다.
기차가 런던에 도착하자, 나는 곧장 걷기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빅벤.
높이 솟은 시계탑은 구름을 뚫고 하늘을 찢듯이 서 있었고,
그 아래로는 수백 년의 시간이 겹쳐 흐르고 있었다.
템즈강변을 따라 걸었다.
붉은 하트 수천 개가 벽에 붙어 있었다.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메모리 스티커였다.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었지만
그 벽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그것은 도시가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는 증거였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했을 때,
문명사의 숨결이 허공에 떠 있었다.
이곳엔 영국의 왕과 여왕,
셰익스피어와 뉴턴, 다윈까지
시간의 중심을 만든 이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었던 런던.
18세기, 이곳에서 석탄과 철도, 기계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정치와 경제, 철학과 예술이 함께 진보했다.
지금도 그 시간들은 건물의 기둥과 거리의 곡선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버킹엄 궁전까지 걸었다.
근위병의 단단한 걸음이 정오의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교대식은 없었지만, 그 발걸음만으로도 왕국의 품격은 충분했다.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들,
코벤트 가든의 거리 악사들,
킹스크로스 역 9와 3/4 승강장 앞에서
사람들은 마치 마법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듯 서 있었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걸었다.
런던은 걷는 도시였다.
그날만큼은 발이 닿는 모든 곳이 역사의 파편이었고
길 위에서 만난 순간들은 영화의 장면처럼 이어졌다.
그날의 런던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시간,
기억과 문명이 겹쳐진 도시.
지구를 걷는다는 것—
그건 바로, 이 도시를 한 걸음씩 밟아 나가는 일이었다.
부디카 여왕 동상.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 햇살
내셔널 코로나 추모의 벽. 템즈강변 하트 길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 풍경. 램버스궁 정면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