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중에나 혹은 세미나 중에 청중 석에서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을 만나며 그 시간이 왠지 풍족하게 느껴진다. 그런 사람이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나는 왜 질문을 하지 않을까. 나는 좋은 질문을 해본 적이 있는가. 첫 번째 질문을 해본 적은 또 있는가. 몇 차례가 돌고 질문이 있나요, 물어볼 때 그제야 질문을 해본다. 혹은 질문은 이제 마치겠습니다라고 할 때 질문을 할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게 공개적인 질문도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중에 하는 질문이 있다. 상대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도 한다. 가끔 그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기도 하지만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캐묻는 느낌과 올바른 질문은 다르다. 뭔가 취조당하는 듯한 느낌으로 묻는 사람이 있다. 적당히 얼버무릴 때는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다. 그런데도 말해보라고 재촉하는 사람이 있다. 관계를 더 확장시키고 싶지 않다.
상대의 질문에 답을 할 때나 그렇지 못할 때, 나는 잘 알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문제나 결점을 밖으로 꺼내놓아야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누군가를 무시하기 위해 한 질문은 좋지 않다. '넌 모르지, 모를 거야'라고 하면서 던지는 말의 시작은 모양 빠지는 일이다.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나 강의 중에서 면박을 주거나 하는 질문을 하는 선생님이나 강사는 어떤가. 생각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하지 않고 나 잘남을 드러내는 질문은 상처를 남길뿐이다.
오늘 어떤 질문을 했습니까? 예술을 감상하고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하는 수업을 해 온 임지영은 좋은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좋은 질문이란 어떤 것일까요? 저는 상대가 모를 거라고 예측하고 던지는 질문은 그다지 좋은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 하나의 정답이 있고, 나는 아는데 너희는 모르지, 뭔가 가르치려는 질문. 그것은 지식으로 계층을 나누어 누군가 우위에 서고 우리는 수혜자가 되는 방식이지요. 우리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