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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라 Nov 20. 2024

제자리 촛불은 버린다

제자리 촛불은 버린다



작은 촛불 하나로 

어둠을 밀어내려 했던 시절 

부드러운 불빛은 

세상을 비추기에는 너무나 약했다


촛불 하나로는 

날카로운 악의 이빨을 잠재울 수 없었다 

오히려 따뜻하다며 비웃을 뿐


제자리 촛불로는 

폭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고 

증오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없다


이제 알았다 

더 뜨거운 불이 필요하다는 걸 

더 멀리 비추는 불이 필요하다는 걸 

횃불을 들어야 한다는 걸


지금부터 

하얀 실의 심지는 버린다 

검은 기름 묻은 심지로 바꾼다


제자리 촛불은 버린다 

비웃는 악의 이빨 사이로 

달려가며 횃불을 던진다


고요한 촛불은 꺼진다 

광장의 횃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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