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촛불 하나로
어둠을 밀어내려 했던 시절
부드러운 불빛은
세상을 비추기에는 너무나 약했다
촛불 하나로는
날카로운 악의 이빨을 잠재울 수 없었다
오히려 따뜻하다며 비웃을 뿐
제자리 촛불로는
폭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고
증오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없다
이제 알았다
더 뜨거운 불이 필요하다는 걸
더 멀리 비추는 불이 필요하다는 걸
횃불을 들어야 한다는 걸
지금부터
하얀 실의 심지는 버린다
검은 기름 묻은 심지로 바꾼다
제자리 촛불은 버린다
비웃는 악의 이빨 사이로
달려가며 횃불을 던진다
고요한 촛불은 꺼진다
광장의 횃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