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 숨 시

비겁한 애도

by 살라

비겁한 애도


도르마무 마법에 걸린 듯한
내 슬픔은 자꾸만 반복되었다
결국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무게가 되어
내 등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들의 불행이
내 슬픔의 이름을 대신 붙여준다

나는 비겁하게도,
그들의 상실에 나를 묻었다
그들이 흘린 눈물에 나를 섞었다
그러면 내 괴로움은
어딘가 숨어서 보이지 않는 듯했다

누군가 묻는다.
“왜 그렇게 슬퍼 보여?”
나는 대답한다.
“그, 그 비극 때문에 그래”

그저 내 슬픔이
그 이름으로 가려져 다행이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나를 위로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는가
나는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 흘렸는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서로의 고통이
한데 얽힌 비극에서
그저 엄살 부리지 말고 묵묵히 살아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애도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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