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여, 어서 오라
가을을 삼키고 어서 오너라
모두가 숨어있는
모두가 얼어붙는
모두가 외로운
그들 속에 묻히고 싶다
소리를 삼키는 눈이여, 어서 오라
부끄러움을 소문내는
새들의 소리를 삼키고 어서 오라
눈과 함께 땅속으로 숨고 싶다
폐부 얼릴 바람이여, 어서 오라
가벼운 한숨조차
단숨에 얼려버리게 어서 오라
돌아올 수 없는 숨으로 얼리고 싶다
농염한 가을이여, 어서 가라
나를 독점할 수 없는 가을이여,
영원할 수 없다면, 취하기 전에 어서 가라
숨결도 가두는 고요에 익숙해지고 싶다
이대로 숨어있고,
이대로 얼어붙어,
이대로 외로움을 즐기고 싶으니
겨울이여, 어서 오라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이태원 골목길에서 별이 된 그들이 생각났고,
매일을 겨울처럼 지내셨을 유가족 분들이 생각났어요.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을 보내고 싶지 않지만, 마음은 함께 겨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