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순간엔
그저 좋았었는데
서운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는 순간
기쁨이,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의 감정들이 허망한 것임을 알았을 때의 허망함.
네 서운함과 내 서운함이 부딪혀
힘을 겨루다가 휴전을 맞는 쓸쓸함.
가을의 차가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 순간은 행복인 줄 알았다.
봄이 가을이 되고
가을이 겨울이 되는
그러다 또 봄이 오는
삶의 순환.
더운 가을이 있고
추운 여름이 있는
엉망진창인 날씨도
변화무쌍한 마음보다 더하지 않다.
그림 이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