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되지 않은 눈이 내리고
한참 후에
먼지처럼 사라지고 없는 빈 하늘을 본다.
무엇이 왔다 갔는 지조차 몰라
타인의 시선과 감정이 전달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한다.
어떤 일은 기약 없이 와서는
몸 전체를 뒤흔들고 관통해서 훅 사라진다.
비어버린 몸은 다시 영혼을 채우기 위해
느릿느릿 움직인다.
그것은 어떤 모습의 운이었을까.
내게 득이었일까 실이었을까.
지나고 나야 안다지만
맞닥뜨리지 않아 알 수 없는 일도 있다.
눈을 가장한 비가 오려한다.
눈이었으면 좋았을까.
비여서 다행일까.
그럼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사진 Saul Le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