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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Sep 06. 2023

운동을 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운동 (1)

<운동화 신은 뇌>, <우울할 땐 뇌과학> 등 운동과 뇌 건강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운동에 관해 공통으로 지적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운동은 체중 감량에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마라톤처럼 과도한 운동은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운동은 뇌 건강에 좋다. 가장 강력한 우울증 치료제도 운동이다.


운동이란 견딜 수 있는 한계 안에서, 신체를 조금씩 괴롭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도를 넘거나 뭔가 잘못되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는 산악자전거를 즐기던 중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고 3개월 뒤 결국 사망했다. 79세에 산악자전거를 즐길 정도로 건강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바로 그 건강한 삶을 도와주던 운동으로 인해 사망했다.


운동이란 신체의 동작일 뿐이지만,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동작이 더 과장되고 비상식적인 부하가 걸리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수준의 반복도 종종 수반된다. 게다가 피트니스 센터는 운동 기구들이 상당히 밀집해 모여 있는 곳이다. 걸려 넘어지거나 쇳덩이에 찍히는 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스쿼트로 무릎 부상을 입거나 푸시업 동작이 잘못돼서 팔꿈치나 손목을 다치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운동 중 부상은 잘못된 자세로 인한 것이 많지만, 제대로 된 자세로 하더라도 부상을 일으키는 운동은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정한 자세를 강요하는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볼링 같은 운동들이다. 테니스 백핸드 동작을 생각해 보자. 엄청 부자연스러운 포즈에서 몰상식한 수준의 운동 에너지를 흡수해야 한다. 인간의 신체가 이런 동작을 하려고 진화하지 않았음은 명백하다. (테니스 과목에서 D+ 받은 사람이 왜 테니스 이야기를 하느냐고 묻지는 말아 주셨으면 한다.)


출처 - unsplash (Gonzalo Facello)


스포츠가 아닌 근력 운동이나 유산소 운동도 마찬가지다. 마라톤은 신체를 노화시키는 운동이며, 윗몸 일으키기는 허리에 쓸데없는 부담과 손상을 가하는 운동이다. 마라톤의 경우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다른 많은 이득이 있으니 도전해 볼 만한 운동이지만, 윗몸 일으키기는 이득에 비해 부작용이 크고,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운동들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당장 그만두는 편이 좋다. 실제로 미군은 체력 테스트 항목에서 윗몸 일으키기를 배제한 지 오래되었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적극적 사용이 마모, 손상, 노화를 가져오는 것은 당연하다.


운동을 조합해서 할 경우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유산소 운동은 지방을 태우지만, 공복에서 실시할 경우 근육 세포 내 단백질을 태워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유명한 근 손실이다. 이름만으로도 뭔지 모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횡문근 융해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운동으로 살을 뺀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는 사실 말이다. 운동은 칼로리를 소모한다. 더구나 공복 운동은 세포 내 지방을 연소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운동은 식욕을 불러온다. 단지 호르몬에 의한 신체 작용에서 그치지 않고, 보상 심리라는 심리적 기제까지 함께 모의해 우리를 살찌우려는 계략을 세운다.


더구나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운동 시간이 아닌 동안에는 움직이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무려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운동하지 않던 시절에 나는 엘리베이터를 피해 계단을 오르내렸지만, 요즘엔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물론,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무릎에 안 좋다는 핑계를 댄다.)


운동으로 소모하는 칼로리는 매우 적다. 슬픈 얘기지만 사실이다. 버피를 10분 동안 해서 겨우 100칼로리 정도를 태운다. 버피 10분을 해봤다면, 100칼로리라는 숫자가 얼마나 절망적인지 느껴질 것이다. 초코바 한 개가 200칼로리가 넘는다.


그래도 나는 버피를 애정한다. 단시간 내 확실한 운동 효과를 가져다주는 가성비 최고 운동이니, 게으른 내게 딱이다. 남과 비교하는 대신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라는 자기계발서에 나올 만한 문장을 실제로 적용해 보기에도 좋다. 하는 도중에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끝나고 나면 뿌듯함에 날아갈 것 같다. 


비슷한 정신적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마라톤을 하려면 몇 시간을 투자해야겠지만, 버피는 단 10분으로 가능하다. 무엇보다, 버피라는 운동으로 내가 얻은 것들을 생각하면 당장 108배로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고맙다.


인터벌 운동 30분은 일반적인 중강도 운동 150분과 대등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인터벌 운동 그룹은 10분짜리 인터벌 운동을 주 3회 실시했고, 중강도 운동 그룹은 50분짜리 운동을 역시 주 3회 실시했다. 12주 동안의 운동 결과, 두 그룹에서 나타난 운동 효과는 대등했다. 최대산소섭취량(VO2Max), 인슐린 민감성, 골격근 미토콘드리아 함량 모두 유사한 수준으로 개선된 것이다.


150분 운동해야 가능한 것을 단 30분 운동으로 얻는다. 게다가 실험에서 실시한 인터벌 운동은 별로 힘든 운동도 아니었다. 전체 10분 루틴 중 전력 구간은 20초 3회가 전부였고, 전력 구간 사이에 2분간 완화 구간, 그리고 2분의 워밍업과 3분의 마무리를 합쳐 10분이다. 다시 말해, 10분 운동 중 정말 힘든 구간은 다 합쳐 겨우 1분이었다.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54075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도 운동은 원래 하기 싫은 것이다. 비가 온다든가 출장이 있다든가 해서 운동을 어쩔 수 없이 빼먹게 되면 은근히 반가운 마음이 든다. (물론 죄책감도 동시에 찾아온다.) 계단 오르내리기로 운동을 하는 사람도, 운동 시간이 아닐 때는 하염없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모든 동물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인간도 마찬가지다. 움직이면 외호흡과 내호흡을 더 하게 되고, 이에 따라 더 많은 활성산소를 만든다. 운동은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는 행위다.


인간은 동물이다. 움직이라고 만들어진 신체를 움직이지 않으면 다양한 문제를 만나게 되어 있다. 현대인의 만성병 대부분은 너무 오래 앉아서 생긴다. 움직임을 거부하는 것은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다.


운동에는 다양한 이득도 있고 부작용도 있다. 그러나 딱 한 가지만은 명백하다. 그 어떤 운동이라도 정신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아무리 날씬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운동을 멀리할 이유는 없다. 요즘 세상에 정신 건강이 완벽한 사람은 없다. 아니, 그 어떤 세상이라도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운동을 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굳이 스스로를 설득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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