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전쟁이 남긴 것

때로는 상대로부터 나를 배우기도 한다

by 넙죽

많은 것들을 걸고 지켜낸 조국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가지의 전쟁이 있다. 이 두 전쟁은 모두 자신들의 소중한 조국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전쟁이었고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그들은 그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 중 하나는 2차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침략에 맞서 싸운 전쟁이고 또 다른 전쟁은 유럽 역사의 풍운아인 나폴레옹 전쟁이다. 당시 나폴레옹은 유럽 전체를 자신의 군화 아래 두려는 생각이었고 러시아는 그런 나폴레옹에게 순순히 굴복하지 않았다. 수십만에 달하는 나폴레옹의 군대는 천하무적으로 보였고 러시아가 무너질 것은 명확해보였다.


1.jpg 보로디노 전투 박물관에서는 파노라마로 당시 전투를 간접 체험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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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군의 군대가 격돌한 것은 모스크바에서 1시간 떨어진 거리에 있던 보로디노에서였다.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 군대는 매우 선전했고 양군 모두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 전투에서 전쟁의 승패가 갈리지는 않았다. 한번의 큰 회전으로 승부를 내기를 원한 나폴레옹의 입장에서는 입맛이 매우 쓴 전투였다. 보로디노 전투가 끝난 후 전세는 더욱 불리하게 돌아갔다. 러시아 군대는 철저히 큰 전투를 피하고 게릴라 전투를 벌였던 것이다. 나폴레옹에게 가장 큰 타격이었던 것은 러시아 장군 쿠투조프의 청야 전술이었다. 이른바 살을 내주고 뼈를 깎는 전술로, 자신의 삶의 터전을 불사르는 아픈 선택이지만 적이 활용할 수 있는 영토 내의 자원들을 철저히 파괴함으로써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방법이다.


3.jpg 모스크바에도 개선문이 있다
4.jpg 당시 승리를 이끈 러시아의 차르 알렉산드르 1세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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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러시아의 유서깊은 도시 모스크바에는 입성할 수 있었으나, 그곳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모스크바에 큰 화재가 나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었으므로. 모스크바를 떠나는 나폴레옹 군대가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화려한 승리의 행진이 아닌 초라한 퇴각의 행렬이었고 그 행렬을 맞아준 것은 뼈까지 시린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와 소리소문 없이 찾아오는 러시아 군의 기습이었다. 나폴레옹의 군인들 중 살아서 돌아간 자는 소수였다. 러시아의 위대한 승리였다. 모스크바에는 이때의 승리를 기리기 위한 개선문이 세워져 있다. 파리에 나폴레옹이 세운 것 못지 않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개선문이다. 승리의 주역인 쿠투조프 장군은 영웅으로 기려졌으며 러시아 군은 크림전쟁때까지 유럽의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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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jpg 나폴레옹 전쟁의 영웅, 쿠투조프


때로는 적이 나를 만들고는 한다


나폴레옹 전쟁이 러시아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나폴레옹이라는 큰 적을 상대하면서 러시아는 러시아다움이 무엇인지를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적은 때로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적과 대비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무엇이 자신인가를 강하게 인식하기도 하고 오히려 적의 모습에 동화되기도 한다.


나폴레옹 전쟁 전 러시아는 표트르 대제의 유럽화 정책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궁정의 귀족들이 러시아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쓰는 등 러시아다운 본연의 모습은 많이 잃어버린 상태였다. 나폴레옹 전쟁에서의 승리 이후 러시아는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이때 이후 러시아 본연의 모습에 대한 자각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프랑스 자유주의에 강하게 영향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 파리에 진군했던 장교들 중 일부가 프랑스의 자유주의 사상에 강하게 동화되었고 차르 중심의 전제주의에 대한 반발을 드러낸 데카브리스트의 난이 바로 그것이다. 적은 때때로 나를 규정하고 새로운 나를 만들기도 한다는 역설이 역사에서도 통하는 진리였을까.


나폴레옹 전쟁의 영광을 신에게


나폴레옹 전쟁의 승리는 러시아에게는 매우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정교회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는 러시아는 승리의 영광을 그들의 신에게 바쳤다. 모스크바의 중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눈처럼 흰 몸체에 눈부신 황금빛 돔으로 장식된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나폴레옹 전쟁이 러시아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 지를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시내에 갈 때마다, 특별히 이곳을 방문할 계획이 없었는 데에도 홀린 듯이 이곳에 다시 방문하게 되는 이유는 태양빛에 반짝이는 황금빛 돔의 매혹적인 유혹 때문일 것이다. 성당에 내부 또한 아름다우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탈리아의 성 베드로 성당에 필적할만 한 규모와 화려함이었다. 물론 다른 정교회 성당과 마찬가지로 카메라로 담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서 아쉽지만 말이다. 이 성당의 지속되는 아름다움이 증명하듯이 수백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모스크바의 신앙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9.jpg 모스크바의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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