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종식시키는 법_<웰컴 투 동막골>

by 정아름

박광현 (2005) <웰컴 투 동막골>


구성과 영상, 연기 모든 면에 완성도가 높다. 특히 대중적이라는 면에서 더 주목할 만한 영화.(영화의 태생과 힘 -혁명적인 힘- 은 대중성에 있음으로)


이제 들어가 보자.

무얼 이야기하는 가?


대중적인 영화라 그 주제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바로 전쟁과 증오, 선입견, 그리고 그 해결점으로 사랑이다. 낙오된 세 무리의 군인(남한군, 북한군, 유엔군)들이 강원도 깊은 산골 마을에 모인다. 그들은 이제 자신이 전쟁이 참여하게 된 그 근거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순수한 인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동막골의 세 무리는 서로 총과 수류탄을 겨눈다. 그리고 북한군이 수류탄을 떨어뜨렸을 때 비몽사몽 간이던 남한군이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수류탄에 몸을 던진다.


왜?

이 사건으로 극적인 대치상황을 벗어났지만, 그들은 계속 서로를 미워한다.


다시 한번.

왜?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는가?


북한군과 남한군 그리고 유엔군이 거대한 벽을 함께 머무는 결정적 계기는 멧돼지이다. 그들은 마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남한군이 남한군을 구하기 위해 북한군이 북한군을 돕기 위해 유엔군이 힘을 합해 마을의 골칫거리인 멧돼지를 잡는다.


그리고 그 고기를 몰래 함께 '먹는다'.(인간의 나약함 '식욕'이 자존심을 이긴다. 이 나약함으로 그들은 서로가, 아니 누군가에 의해 놓인 높은 벽을 허물기 시작한다. 아, 이 나약함의 혁명적인 힘이여!)


이하 줄거리 생략.


질문 1_ 그들은 왜 서로 미워하는가?


그들은 서로 만나 본 적도 없다. 단지 서로를 미워했다. 그리고 서로를 죽여갈수록 더욱더 서로를 미워했을 뿐이다. 이제 그들은 서로의 군복을 봄과 동시에 죽이고 싶은 증오를 느낀다.


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

전쟁은 국익을 위해서, 혹은 국가 방위를 위해서 일어난다.


진짜?

국익이 있다면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국가 방위를 위해?


남한군 1: 지금 쯤이면 종로에서 끗발 날리고 있을 몸인데. 저것들이 쳐들어와 가지고. 이게 뭐야, 이게.

북한군 1: 우리가 쳐들어왔다고? 미군 아들이랑 밀고 올라온 게 누긴데?

남한군 1: 넌 모르면 주둥이나 닥치고 있어!

북한군 1: 그라먼, 우리가 밀고 내려갔다는 기가?


북한군 2: 택기, 그만 하라우.

북한군 1: 아, 저 어벙새가 자꾸 후라이 치지 않소! 우리가 쳐 내려갔소!

북한군 2: 우리가 쳐 내려갔어.

북한군 1: 아..... 우리가 쳐 내려갔소.

남한군 1: 거봐 이 새끼야.

북한군 1: 저, 나는 그냥 내려갔소. 가라 하니 갔지.

.......... (뻐꾸기 소리)..................


통쾌한가?

북한군이 자기가 쳐들어 왔다고 시인하다니.


북한군은 남한군과 유엔군이 쳐들어와서 (그렇게 알고 시켜서) 내려왔다고 한다. 남한군은 북한군이 쳐들어와서 올라왔다고 한다. 아.... 이 전쟁에는 얼마나 많은 오해와 선입견이 있는가.


국익이 있다면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국가 방위를 위해'라는 말은 얼마만큼의 진실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 시작이 인간의 욕망이건, 알 수 없는 사상의 소용돌이 이건, 오해와 선입견이건, 미움이건, 그들은 싸움을 시작했고, 서로를 죽였고, 증오하게 되었다. 이제 군복의 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로를 죽일 충분한 이유를 얻게 되었다. 그들은 인간을 쏘는 것이 아니라 군복을 입은 허수아비, 아니 자신을 위협하는 짐승을 쏘는 것이다.


이제 어쩌나.

어찌 우리는 서로를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다시 볼 수 있단 말인가?


질문 2_ 왜 미친 여자는 계속 나오는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머리에 꽃을 꽂은(미친) 여자가 계속 알짱거린다.

왜?


심각한 영화에 코미디를 부여해 대중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

No!


이 영화에서 미친 여자는 감초가 아니라 그 해결점이다. 그럼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서로의 증오와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이 여자처럼 미치라는 말인가?


Yes!

미치라는 말이다.


정치는 폭력이요. 악과 손을 잡는 것이다.(베버)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모르는 누군가 어떤 이유인지 (오해인지 실수인지) 나의 오른뺨을 쳤다 하자.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둘이다.


첫째,

그놈의 오른뺨을 씨게 때린다. 그것도 아주 씨게. 가만히 있거나 약하게 때리면 나를 무시하고 왼뺨도 때리거나 발길질을 할지도 모른다. 다시는 날 물로 보지 않도록 아주 있는 힘껏 때린다.


이것이 정치이다. 하지만 아주 그럴 듯 해 보이는 정치의 논리에도 함정이 있다. 물로 보지 않도록 힘껏 때린, 그래서 따귀를 두 배 씨게 맞은 그 사람은 가만히 있겠는가? 지금은 힘이 없어 가만히 있다 한들, 그들의 증오심은 언젠가 되돌아오지 않겠는가? 멧돼지가 겨울 내 먹을 감자밭을 망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동막골 주민들은 대책회의를 연다.


마을 사람1: 잘 들어봐요. 돼지가 딱 나타났다. 웬 손으로 돼지 목덜기를 거머쥐고, 오른 손으로 돼지 왼쪽 눈을 세 대 씩을 때려요. 그러면 눈에 멍이 시퍼렇게 들 것 아니에요. 그 상태로 집에 돌아간다고요. 그럼 가가 친구들한테 이야기할 기래요. "동막골에 가지라마. 이거 아주 몹쓸 동네야." 이러면 다시는 안 기어 올라오지요.

마을 사람2: 그러니까.

마을 사람1: 야! 니 같으면 누가 니 눈을 세 대나 쳐서 눈에 멍이 들게 하면, 니 같으면 어떻게 하겠나?

마을 사람3: 아들을 싹 다 대꼬 가야지!

마을 사람1: 그..... 금 때리면 안 돼. 돼지들이 다 기어 들어오면 그 누가....


둘째,

'네 왼뺨도 대어 주라.' 이것이 예수의 가르침이다. 아니 말이 되는가? 길거리를 걷다가 모르는 사람한테 갑자기 한 대 맞았는데 왼뺨을 내주다니. 미친 거 아닌가! 미친 것 맞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가.


마르크스와 비견되는 독일의 정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이렇게 말한다.

"(예수의 가르침은 정치적으로 무책임하다)... 그러나 순수하게 심정 윤리적으로 무차별적인 산상수훈의 (예수의) 요청은... 사회적 동요의 시대가 되면 거의 예외 없이 불가항력적인 세력으로 모습을 나타내 왔다. -직업으로서의 정치 중"


또 다른 독일 유태인 사회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행했는가를 알지 못하고, 알 수 있다 할지라도 행한 것을 되돌릴 수도 없다. 이 무능력한 환원 불가능성의 곤경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은 용서의 능력이다.... 인간사의 영역에서 용서의 역할을 발견한 사람은 나사렛 예수이다. -인간의 조건 중"


그렇다면 예수와 정치는 건널 수 없는 반대편에 서 있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치 문제들이 내세에도 부담일까 하는 질문은 대답하지 않은 채 열어놓고 있지만, 여하튼 지상의 정치의 부담을 떠맡는 동기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지 이웃에 대한 공포가 아닌 것이다. -한나 아렌트 '정치로의 초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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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영화의 제목이 '동막골'로의 초대인가? 영화에서 마을 사람이 동막골 이름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한다.


마을 사람1: 전에, 저 아들처럼 '막살아라' 해서 붙인 이름이라는 데..

군인 1: 막살아요?

마을 사람1: 그 내막은 잘 몰라요. 그 뭐 옛날부터 뭐...


감독은 당신을 아이들처럼(미친 여자처럼, 루소의 말처럼) ' 사는' 마을에 초대한다. 같이 미치자는 이야기인가? 제대로 보았다.


에라스무스는 '우신(바보의 신)예찬'에서 천치(라스폰트리에의 '백치'와 같은 이들)를 다음과 같은 사람이라 말한다.


"흔히 멍청이, 바보, 얼간이, 천치 등 내 보기에는 무척 아름다운 호칭들로 이름 불리는 이들은 무엇보다 행복한 존재들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진리에 가까운 진리입니다... 우선 이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고로... 적지 않은 고통에서 해방된 사람들입니다... 목전에 다가온 불행에 두려워 떨지 않으며, 장차 다가올 행복에 들떠 나대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삶에 찌들어 있는 수천 가지 근심 걱정들에 바동거리지 않습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두려운 줄도 모르며, 야심이나 질투를 모르며, 욕심도 부리지 않습니다. 미욱한 판단력을 보건대 차라리 들에 사는 뭇 짐승에 가까우며, 신학자들은 이들이 책임을 묻고 죄를 따질 만한 짓을 하지 않았다 하였습니다."

자 이제, 미칠 준비가 되었는가?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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