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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앞 과수원

도시의 계절은 어디서 오는 걸까? 지하철역 앞, 할머니 손에서 시작된다.

by 언덕파

퇴근길,

전철역 출구를 나서면

늘 같은 자리에 서 계신다.

손님을 맞이하는 노점 할머니.


퇴근길이면 사과나무, 귤나무, 딸기밭이 있다.

물론 진짜 과수원은 아니다.
시멘트 바닥 위에 붉은 소쿠리를 뿌리 삼아
사과, 귤, 토마토가 가지런히 줄을 선다.
전선처럼 꼬여 있는 비닐 천막과
할머니의 손끝에 봄이 도착해 있다.


그곳은 분명 과수원이다.

사시사철, 시기마다 다른 열매로 계절을 알려준다.
겨울엔 조심스럽게 까만 봉지 속에 귤을 담아 주셨고,

봄이 오니 토마토가 대를 이었다.


만 원어치 토마토를 샀다.

검은 비닐봉지 안에
빨간 봄이 대여섯 개, 덜그럭거린다.

계절은 따로 오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손길로, 누군가의 기다림으로,
이렇게 슬며시 다가오는 것.


과일가게 할머니는 말한다.
“오늘 거, 진짜 맛있어.
내가 아까 한 개 먹어봤어.”

그 말에 난 웃고,

손에 들고 걷는 길이 조금 따뜻해졌다.

정감이 주렁주렁

과수원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전철역 입구, 사람과 사람 사이,
익숙한 길목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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