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당에 가보면,
더치페이는 거의 ‘룰’처럼 굳어지고 있다.
각자 먹은 것만 정확히 계산하고,
누가 얼마 먹었는지도 세세하게 나뉘는 풍경. 자연스럽고 편하다.
이제는 서로 부담을 안 주는 방식이 더 배려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 문화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다.
특히 초대받지 않은 자리거나,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
아니면 골프 라운드가 끝난 뒤의 식사 자리라면 더더욱.
누군가 밥을 사겠다고 나서면, 계산서가 먼저 궁금해진다.
얼마나 멋있게, 계산하는가.
어떤 사람은 돈을 내고도 없어 보인다.
어떤 사람은 반띵 하면서도 멋있다.
그 차이는 ‘계산서’ 때문이다.
계산서를 마주한 사람들의 태도는 은근히 기억에 남는다.
겉으로는 계산에 신경 쓰지 않는 듯 행동하면서도,
숫자를 슬쩍 확인하거나 금액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묘하게 인상에 남는다.
그들의 시선은 계산서 끝자락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 모습엔 사람의 성격이나 마음가짐이 은근히 드러난다.
그런 태도는, 식사 자리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된다.
며칠 전도 그랬다.
나와 남동생, 사촌동생 그리고 사촌의 지인 포함 총 4명.
뜨거운 여름 함께 땀 흘린 동반자들과 들어간 골프장 근처 식당.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밥 한 끼 나누고 나면 누가 먼저 계산서를 잡을지,
누가 먼저 카드를 꺼낼지가 관전 포인트가 된다.
“제가 낼게요!”
“아니야 아니야, 오늘 내가 초대했잖아.”
“형, 이번엔 저한테 기회 좀 주세요.”
말은 사양인데 행동은 앞선다.
카드를 꺼내며 일어서는 사람들,
슬쩍 계산서를 낚아채는 손길들.
서로가 먼저 내려고 애쓰는 풍경이
어쩐지 웃기면서도 뭉클하다.
그날도 그랬다.
가장 나이 많은 내가 먼저 일어났다.
조용히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향한다.
골프에서의 ‘진짜 게임’은
라운드가 끝난 다음, 계산서 앞에서 벌어진달까.
어쩌면 이건, ‘정’이라는 이름의 기싸움일지도 모른다.
선배는 후배를 위해,
후배는 밥값만큼은 자기가 하겠다고.
돈보다 마음이 오가는 순간.
재밌는 건 이거다.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기억하는 건
음식보다 ‘계산하는 태도’라는 것.
계산은 순간이지만, 평가는 오래 남는다.
광고도 똑같다.
브랜드가 다 줬다고 착각하는 순간, 사람들은 계산기를 꺼낸다.
내가 받은 가치와 너의 가격이 맞는가.
그게 맞으면 박수를 치고, 안 맞으면 조용히 이별한다.
브랜드가 아무리 많은 혜택을 말해도,
마지막 한 마디, 마지막 제안, 마지막 태도가
그 브랜드의 진짜 인상을 결정한다.
어떤 브랜드는
혜택부터 꺼내고, 계산을 유도한다.
어떤 브랜드는
마음을 먼저 꺼내고, 관계를 쌓는다.
‘계산서를 먼저 드는 브랜드’는
늘 이기진 않지만, 오래 기억된다.
그게 진짜 설득이다.
요즘 더치페이는 자연스럽지만,
때로는 누군가 슬쩍 계산서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
의외의 감동이 되기도 한다.
그 순간은 숫자보다 마음이 먼저인 시간이다.
“계산은 끝났지만, 브랜드는 그때부터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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