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이틀 전 냉장실에 넣어 둔 빵 반죽을 꺼내
살살 놀고 있으라 하니, 방실방실 부풀며
반죽이 헤죽헤죽 웃었다.
내 마음도 헤죽헤죽 웃는다.
이층 서재에서 작업하다가
알람이 울리면 조르르 내려가 빵 반죽을 두 번 접고..
다람쥐처럼 오르내리며 빵 구울 준비를 하는 내게 남편이 묻는다.
"오늘도 구워?"
"응. 오늘은 구워서 빵 나눔 하려고."
"나랑 저녁먹는 것 아냐?" 남편 눈이 커진다.
"당신은 샌드위치 해줄게. 오늘은 두 분의 직장동료와 막걸리 한잔 할 예정인데."
남편이 웃는다.
"나 주려고 굽는 게 아니구나? 그랬구나!"
"당신 주려고 굽지. 왜, 주지 마?"
"아니, 그냥~~~."
뜨거운 늦여름,
빵은 구워지고
내 발걸음이 가볍다.
간만에 만나는
환갑을 넘긴 선배이자 이성인 직장 동료,
어린 후배이자 동성인 직장 동료와
막걸리 한잔에 코다리찜을 먹고,
은파 호수를 한 시간 걷곤
빵 봉지를 딸려 보냈다.
오늘 헤죽헤죽 웃던 빵 반죽이 바삭바삭 구워져
친한 분들의 손길에 들려 길을 떠나니,
참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