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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두려움보다 설렘으로 시작하고 싶어요.

일곱 번째 하고 싶은 것

by 정말로 Jung told

준비하던 국시를 치렀고 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향해가던 어떤 길에서 막다른 길을 만나 다시 뒤돌아 힘껏 달려야 했던 3년의 시간이었다. 힘들고 불평할 사건들 투성이었지만 저 멀리 보이는 어떠한 목표지점 때문에 막연하지만 그것을 향해 달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022년 3월 대학원에 입학하고 2024년 8월에 대학원을 졸업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었던 국시를 치르고 12월에는 합격자 발표가 났다.


“OOO님께서 응시하신 2024년도 OOO 국가시험에 합격하셨습니다.”


이 문장을 확인하기까지 보낸 약 3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좋았던 날과 힘들었던 날들, 그리고 보람찼던 순간들, 그리고 내가 포기한 모든 것들까지도.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을 확인하고 나면 무척이나 즐겁고 홀가분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러지도 않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뒤돌아 달려온 이 지점이 도착점인 끝이 아니라, 이제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기도 했다. 국시에 합격하고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3년의 시간 동안 그저 무작정 달려왔던 그 시간들이 어쩌면 그저 이 과정의 1막에 불과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향해갔던 그곳에서 막다른 길을 만났듯이, 이 두 번째 길에서도 막다른 길을 만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자격취득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무작정 달려갔던 1막은 어쩌면 행복한 뜀박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


1막을 마치고 전개되어야 할 2막에서의 뜀박질은 어떤 속도로 달려야 할까? 어떤 마음가짐으로 달려야 할까? 어떤 사람들과 함께 뛰어야 할까? 어떤 풍경을 배경 삼아 뛰어야 할까?


막연한 질문들이 해답도 찾지 못한 채 뒤엉킨 어떤 날 조용히 책을 펼쳤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이라는 책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은 이 순간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입니다. 물론 쉬운 도전은 아닙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로 지금 이 순간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 것... 미래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울 때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이 신선한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차리거나 보지 못하더라도, 모든 일이 좋은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신뢰하는 것, 인내심을 갖는다는 것은 바로 신뢰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삶은 각자에게 주어지는 시험과 도전으로 이루어진 학교입니다.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을 때, 또한 가르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쳤을 때, 우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죽음 앞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엮어낸 [인생수업]에는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그중 이 순간의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저 세 개의 문장이었다.


내가 쏟아 낸 막연한 질문들은 어쩌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 달라져야 한다는 무자비한 강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대와 강박으로 나는 기뻐하기보다는 내심 불안했던 것 같다.


그러나 두 번째 문장에서처럼 모든 일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막다른 길에서 빠르게 U턴을 했다는 사실을 실패로 간주하고 도망쳐 나왔다고 은연중에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기회를 갖게 했으며,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움직여져 새로운 출발점에 이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그저 인내심을 갖고 신뢰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한 인간이고, 가르쳐야 할 것이 남아 있는 존재이기에 나는 여전히 생에 도전이라는 기로 앞에 서 있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더 배우게 될지, 또 이 배움을 어떤 타이밍에 실천하고 가르침을 줄 수 있게 될지 그것을 설렘으로 여기면 되는 것이었다.


늘 복잡한 질문들 앞에 얻게 되는 해답은 단출했다. 내가 펼쳐든 책 안에는 무수한 글자들이 적혀있었으나, 그 안에 내가 얻은 답은 단 10글자였다.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떠한 사람들을 만나고 어떠한 기회를 얻고, 어떠한 시련을 겪으며,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보람과 성취를 얻으며 살아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인생은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매 순간을 충분히 경험하며, 삶에 대하여 신뢰하는 마음으로 인내심을 갖고 살아갈 것.

‘그러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


그냥 일단 지금까지 그렇게 달려왔던 것처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고 힘껏 달려가야겠다. 빠르게 뛸 수 있는 체력이 있을 때는 빠르게 달리기도 하고, 숨이 차 헐떡거리게 되면 숨 고르기도 하면서, 혼자 힘껏 달리다 좋은 러닝메이트를 만나면 함께 수다도 떨면서, 멋진 풍경을 만나면 그것을 즐기고, 두려운 분위기를 느꼈다면 또 한껏 눈치 게임을 해가면서.





새로운 출발에 앞서서 무엇보다도 마음을 가볍게 먹어야겠다. 잘하겠다고 바짝 긴장하고 엄청 독기 오른 사람이 되어 이것저것 분주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조금은 마음을 편안히 먹고 심호흡을 하며 유연하고 편안하게 임할 수 있어야겠다.


재도전이라는 마음은 내려놓고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충전하여 여유로운 내가 되어 다시 시작되는 제2막을 열어야겠다. 가장 환하고 기쁘게, 그리고 밝고 힘차게 그렇게 새로운 막을 열어젖혀보자.


□ 열네 번째 버킷리스트

지나온 시간들을 예쁘게 추억하고 나의 다짐들을 기억하며 하나하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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