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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섬 정은영 Jul 20. 2024

양파 테라피

정은영 詩



어깨를 벗어 널어보자

짙은 긴장 속에 담은 묵은 간장을

솔직하게 따라 버리자


초조할 때

잠 못 이루고

만사 무겁고 초라할 때

햇양파를 까자


반을 가르고

다정한 눈썹 모양으로 썰어 다지면

눈이 시어서 벌써 눈물이 난다


채 썬 양파의 최후를 머리맡에 쌓아두고 호흡을 세면

어니언 아사나의 세계로 빠져든다


잠꼬대가 토막낸 미련의 꼭지까지 저며 넣고

밤새 끓여낸 양파수프를 모락 뜸 들이면 아침이다


계절보다 긴 우울엔 양파를 껍질째 썰어

손목에서 낸 생피에 콕콕

찍어먹으면 좋다






* 이 연재의 시들은 작가의 임의대로 삭제, 변경되기도 합니다.

  언제나 생생한 시를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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