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詩
어깨를 벗어 널어보자
짙은 긴장 속에 담은 묵은 간장을
솔직하게 따라 버리자
초조할 때
잠 못 이루고
만사 무겁고 초라할 때
햇양파를 까자
반을 가르고
다정한 눈썹 모양으로 썰어 다지면
눈이 시어서 벌써 눈물이 난다
채 썬 양파의 최후를 머리맡에 쌓아두고 호흡을 세면
어니언 아사나의 세계로 빠져든다
잠꼬대가 토막낸 미련의 꼭지까지 저며 넣고
밤새 끓여낸 양파수프를 모락 뜸 들이면 아침이다
계절보다 긴 우울엔 양파를 껍질째 썰어
손목에서 낸 생피에 콕콕
찍어먹으면 좋다
* 이 연재의 시들은 작가의 임의대로 삭제, 변경되기도 합니다.
언제나 생생한 시를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