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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섬 정은영 Jul 27. 2024

滿足

정은영 詩. [만족] : 모자람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


내가 자꾸 쪼그라드나 봐


조금씩 작아지는 사람이

더 작아진 목소리로 말을 건네니

서글픈 아침이다


어디까지 작아질 수 있나 끝까지 지켜보는 일이

유일한 나의 과업


서로에게 하나뿐인 비누 같아서

씻겨주고 헹궈주고

어깨를 두드리며 북돋워주지만


자꾸 닳아서 사라지려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어쩌지 못한다 서로의 말끔해진 얼굴을 마주하면

이를 드러내며 웃을 수밖에


어제보다 곱고

어제보다 편안하구나

그제보다 가벼워진 두 손으로 야윈 얼굴을 감싸며

입을 맞춘다


아낄수록 환하고

또렷해지는 당신은 이제 세상에

단 하나 남은 유일한 비누처럼


더 닳을 수 없게 손대고 싶지 않은데

혼자였다면 바람과 눈물에 씻겨 진작 사라졌을 몸

이리 부대끼다 잃는다 해도 여기

같이 있음으로 너 역시 충분한지


줄어드는 한 뼘처럼

주름져 패인 두 뺨처럼

용기도 심장도 바램도 미세하게 금이 가는데

인정만은 팽창한다 가없이


유치한 후렴을 되풀이하며 흥얼대는 너의 유행가조차

기특하고 장하구나 말해보는 아침이다



정은영 詩.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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