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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숲섬 Oct 02. 2024

완전히 자유로운 널 응원해!

{숲섬타로} 옛사랑에게 보내는 열여덟 번째 편지



E.


자주 널 생각해. 

사는 일도 사랑하는 일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때나

아플 때도 네 생각이 나. 

그건 당시엔 알지 못했던 네 마음과 우리의 상황에 대해 

늦게나마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탓인 것 같아. 

너무 늦된 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타로 상담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옛 연인의 근황, 안부를 물어.

그중 빠지지 않는 게 '상대가 제 생각을 하나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야.

모두들 다시 만나지 못할지라도 상대를 생각하는 나란 존재를 잊지 말아 주길 바라는 것 같아.

그래서일까, 난 선뜻 너에 대해 카드를 펼쳐보지 못했어.

너도 나도 너무나 강렬했던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기에 결코 서로를 잊지 못할 거란 확신이 있었거든.

나에 대한 원망이나 부정적인 감정이 아직도 크다면 부디 빨리 잊히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계속 연락받지 않는 네게 안부라도 묻고 싶어 연락해보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턴 그조차 하지 않게 되었지.

그러나 보름달을 볼 때, 크리스마스이브에, 새해의 첫날과 마지막 날, 네 생일에 네게 가닿을 거라 믿으며 작게 중얼거린다. 건강하라고, 잘 지내다 보자고. 



타로카드를 펼치며 짐작해 본다. 꾸준히 커리어를 쌓으며 일하고 있겠구나. 너무 곧은 성격에 언제나 험한 개척지를 홀로 오르는 개척자처럼 쉽지 않은 길을 외롭게 가고 있겠구나. 그럼에도 정상에도 오르고 아름다운 노을과 안개와 눈꽃과 새잎들을 만끽하며 대체적으로 만족하며 나아가고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너도 지난 시간 동안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겠지? 사랑이 널 다시 따뜻하게 녹여주길 늘 기도해. 그러나 지금은 네 내면의 소릴 들으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 지금 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 같네(혹은 요즘 많이 지쳐있다면 네게 꼭 그런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 따뜻한 차 많이 마셔. 우리 참 커피 좋아했었는데, 언젠가 함께 차 마실 수 있는 기회가 꼭 생기면 좋겠다. 



건강에 대한 카드는, 아무래도 그리 좋지 않나 보다. 건강을 위해 지금은 건강한 먹거리를 챙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운동과 숙면이 최선의 방법이란 걸 잘 알지만, 그때 우린 모르는 게 너무 많았던 것 같아. 약한 몸으로 늘 컴퓨터 앞에 앉아 근무하고 야근하느라 참 고생 많았지? 내게도 크고 작은 병이 많았던 것처럼, 네게도 그렇지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그러나 아직 네겐 괜찮은 부분이 더 많아. 아직 젊으니까. 충분히 이겨내고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 거야. 쓰러진 세 개의 컵에 집중하기보단 남아있는 두 개의 무사한 컵에 감사해야 할 시간. 무엇보다 그저 지금 현재의 상황과 그 상황에 대한 내 실망스러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다. 이렇게 엉망이면서도 동시에 행복할 수 있는 삶이란 게 난 늘 신기하기만 하다.



널 많이 힘들게 한 일들이 많이도 떠올라. 그게 뭔지 이제는 알아차린 것 같아.

널 불안하게 하고 슬프게 절망스럽게 하던 그 시간들을 떠나보내고 이젠 네 삶에 집중하고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면 좋겠다. 우리가 처음으로 경험했던 많은 순간들이, 슬픔, 절망보다 더 많이 우리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으니까... 이 기억들이 아름다운 축복으로 기억된다면 좋겠다. 네 안에 억눌려있던 것들이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면 좋겠다. 벌써 십 년이 지났어. 어느새 우린 중년이 되었네. 이 사랑의 기억들은 이제 과거로 넘기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새날을 맞고, 많은 빛나고 아름다운 것들 앞에서 온전히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힘 있는 너로 존재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 



계절이 순환하듯이, 세상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흘러가듯이 우리의 사랑도 이제는 끝이겠지. 내 삶에서 가장 가치 있고 따뜻했던 날들이었어. 널 만나 정말 행복했고 감사했어. 다음 챕터는 이것보다 훨씬 훌륭한 여행이기를, 언제나 기도할 거야. 너 괜찮을 때 연락 한 번 줘. 너라면 언제나 환영이니까. 부디 건강하자!



e.



* 숲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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