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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숲섬 Sep 25. 2024

무엇으로도 이 마음 표현할 수 없을 때

{숲섬타로} 나 자신을 위한 열일곱 번째 편지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이
 물도 온 세상을 뒤져 목마른 사람을 찾습니다." - 루미



  대체 뭐가 문제인지, 왜 이리 답답한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때 나는 타로를 펼쳐본다. 구체화된 그림과 상징들이 오히려 지금의 내 마음과 상황을 명확히 보여준다. 누구라도 타로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타로덱이 있다면 꺼내어 깨워보시라. 타로의 뜻을 전혀 모른다 할지라도 선택한 타로카드를 통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현상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되면 놀랄 것이다. 




    최근 몸이 많이 지쳐있었다. 더운 날씨 탓이다. 여름 내내 열심히 일했고 물놀이에 열중했고 게다가 4주간 다이어트까지 열심히 한 탓도 있다. 17번 별 The Star 카드는 지금 내 상태가 지나치게 예민하며, 과하게 이상적인 몽상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세상과 동떨어져 있고,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결과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현실을 넘어서는 열망은 자끔 몸과 영혼을 지치게 한다. 특히 현실에서 제대로 된 피드백이나 보상을 받지 못할 때는 더욱 그렇다. 너무 많은 '해야 한다'에 시달린 탓에 이제는 마음속 목소리를 잠재우고 고요한 묵상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이 모든 일들은 내 삶의 균형과 온전함을 느끼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최근에 나 스스로 '충분해'라고 느낀 적이 있었나? 기억이 없다. 나는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늘 애써왔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그 노력들이 너무나 피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보트 두 대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느라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린 것이다! 나를 만들 수 있는 건 외부의 요청이나 기대가 아니다. 내 안에서 들리는 진정한 목소리를 듣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온몸이 귀인 것처럼 활짝 열린 마음과 몸으로 내가 만들어내는 생각과 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어제 단골손님 Y님의 질문에도 17번 별 The Star 카드가 나왔다. 누구보다 예민해져 모든 일에 반응하고 있는 상태, 그 상태가 어떤 것인지 나는 너무나 잘 이해할 것 같다. 신기하게도 Y님 또한 내가 무슨 이야길 하는지 어떤 의미로 하는 말인지 매번 잘 이해해 주셨다. 내 주변엔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든 비슷한 성향의 예민함에 Y님과 나는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감사히 여기고 있다. 그에게 하는 말은 나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기도 했고, 어느 날은 그가 날 위로해 주고 다독여주기도 하니 말이다. 글자 하나로 하고 싶은 말의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듯이, 사람은 역시 사람들이 맺는 관계 속에서 우정을 나눌 수 있고, 서로를 빛나게 하는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평소 Y님에게 드린 조언들을 오늘은 나를 향해 말해본다. 너무 힘들고 막막할 땐 우선 따뜻한 물로 목욕부터 하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나자. 몸에 좋은 음식을 잘 챙겨 먹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걷거나 뛰어보자. 그리고 고요히 한참 집중해서 내 심장 뛰는 소릴 들어보자. 쿵쿵쿵 살아있다는 이 생생한 느낌과 함께 지금 존재하는 내 목소리, 내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다른 이들과 사람 아닌 생명들과 자연이 뿜어내는 어너지도 느껴보고 시원한 가을바람을 느껴보자. 이렇게 온 우주를 향해 마음을 열고 편안해지면 그때 가벼운 맘으로 집중해서 할 일들을 해보자. 그러다 쉬는 시간엔 시 한 편을 소리내 읽어보자. 무덥던 여름이 끝나고 아침 저녁으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언어로 채우지 못하는 빈 곳을 채우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어떤 마음이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자(이렇게 내 얘길 들어주고 읽어주는 당신이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내겐 그것으로도 너무나 충분하다. 



* 숲섬타로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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