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섬타로} 공항에서 보내는 네 번째 편지
J.
이 사진은 공항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본 서해바다의 모습이야. 내가 매일 보는 바다와 너무 달라서 마치 바다를 처음 본 사람처럼 사진을 찍다가 문득 신기하단 생각을 했어. 동네마다 나라마다 날마다 어쩌면 이리 다를까, 바다는! 하늘은! 바람은?!! 그런데도 그것들을 우리는 모두 뭉뚱그려 바다라고, 하늘이나 바람이라 부르고 대화하고 기록하고 동시에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그런 게 기적이 아닐까 싶은 오후야.
공항에 오면 늘 공항이 주는 새로운 설렘과 안정감이 느껴져. 지난 여행에서의 감각들, 긴장감과 기쁨도 함께 떠오르거든. 몇 년 전 제주로 돌아가기 전 네가 날 만나러 왔던 시간들도 기억나서 더 고마워. 일상과 현실의 무게에서 잠시라도 온전히 벗어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기에 이 순간이 귀하고도 꼭 필요해. 힘든 하루 중에도 이렇게 모든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면 우리들 삶은 얼마나 가볍고 경쾌해질까.
사람들을 위해 타로를 읽게 되면서 그들의 삶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기분이야. 그래서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우리를 짓누르는 중력과 관습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약간의 시간을 들여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여기 공항처럼) 각자가 좋아하는 고요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보라고, 혹은 그런 느낌을 주는 편안한 친구를 만나라고. 스스로를 고요한 호수처럼 만들어보라고(명상) 나름의 처방 겸 조언을 드리기도 해. 그리고 부디 5분만, 10분만이라도 당신 몸을 공중으로 띄울 수 있게 힘차게 달려보시라고 권하기도 해. 팔과 다리를 길게 늘이고 목과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는 발레에 도전해 보거나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쳐보길 조용히 바라기도 해. 무엇이라도 좋을 것 같아. 그 모든 시도들이 분명 당신들을 달라지게 할 거라 믿으니까. 다만 운동하란 말이 너무 뻔한 말이 된 것 같아 참견인 것만 같아 자주 말하진 못해. 잠시 대화하고 있는 나조차도 당신이 이토록 귀한 존재인 줄 아는데, 당신들이 스스로를 좀 더 아끼고 사랑하면 좋겠단 바람이 있어. 그들이 늘 고마워. 그들의 사연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도 함께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늘 놀라운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들거든.
우리의 삶에도 어느새 남들 못지않은 무게감이 생겼네. 한창 흔들리던 시간을 지나고 나니 이젠 가족들 모두가 네게 기대어도 홀로 두 발로 단단하게 설 수 있게 된 네 모습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런 걸 보면 시련이야말로 우릴 더 단단하고 지혜롭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던 게 확실해. 힘든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었던 건 어떤 중력도 관습에도 얽매이지 않고 서로를 믿어주고 격려해 준 우정의 힘인 것 같다. 고마워. 새삼 내 삶에 있었던 가장 강력하고 단단한 믿음이 너로부터 또 내 안으로부터 시작되었단 사실이 감격스럽다. 언제나 서로에게 좀 더 나은 존재가 되어주고 싶단 생각이 좋은 결과를 끌어온 것 같아.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건 사람이지. 모든 상처와 실망과 슬픔의 원인이 사람인 것처럼, 모든 위안과 기쁨과 보람 또한 늘 사람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또 처음인 듯 깨닫게 되네. 절대 당연하다는 듯 판단하지 않고 싶다.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자. 그래야 한다고 스스로에게조차 강요하지 말자. 곧 비행기가 뜨고 다시 땅에 발을 딛고 느리게 걸으며 살아가겠지만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며 더 뜨거워지고 싶다. 널 사랑하는 만큼 다짐하게 되네.
늘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어디서든 건강한 모습으로 곧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