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열두시 이십칠분
딸아이가 무언가 잡고 일어날 즈음부터 좋아하던 공간이 있다. 거실 컴퓨터책상과 거실 창문 사이의 좁은 공간이다. 컴퓨터를 가로로 놓기 위해 생긴 틈인 이 곳은 원래는 내 머리가 낄 정도로 좁은 공간이다가 아이가 점점 커감에 따라 점 점 넓 어 져 지금은 내가 앉아있어도 될 정도의 공간이 됐다,.
지금 난 아부지의 노트북에 윈도우즈 10을 설치해 드리기 위해 밀린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노트북이 집 와이파이를 잘 못 잡아서 컴퓨터 옆 공유기에 꼽던 랜선을 노트북에 꼽고 좁은 틈 안에 앉아 업데이트가 다 되길 기다리며 이런 글을 끼적이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고 무엇인가 먹기엔 배가 고프지 않고 딱히 요즘 보는 미드도 없고 게임을 하기엔 너무 피곤한 하지만 잘 수는 없는 그런 시간이다.
언제 지루해질지 모르지만 이 시간에 미뤄뒀던 멍상을 즐겨볼 생각이다. 왜 딸아이가 이 공간을 가끔 찾는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