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시 삼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던 초등학교 시절엔 그랬다. 바깥에서 놀고 들어와 386 컴퓨터를 돌리다 돌리다 말고 결국 빌려온 만화책도 동이 난 후에는 방에 들어가 드러누워 천장 벽지에 그려진 무늬를 봤다. 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있으면
그러니까 천장은 시계방향으로, 누워있는 난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거다. 아무 상상 없이도 환상적이었다.
천장 벽지는 갈기가 무성한 사자 같기도 했고 엉킨 실타래 같기도 했다. 옅은 하늘색에 흰색 그림이 묘한 패턴으로 반복됐다. 벽지는 한 장이 끝나는 부분에서 얇게 덧대어져 긴 줄이 되었고 그 부분에서 패턴은 생략되거나 늘어졌다가 다시 반복됐다.
빙 글 돌고 벽지무늬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많이 흐른 듯한 느낌을 받는데 실제론 십 분이 지났다거나 오 분이 지났다거나 그저 잠시 누웠다 일어났을 뿐이었다. 그러고 나면 다시 충전이 돼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게임보이를 손에 들거나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 때처럼 누워 천장을 보고 있어도 빙 글 도는게 아니라 움찔, 한 3~5도가 움직일 뿐이다. 가끔은 그 때 그 십 분, 오 분과 벽지를 덧댄 부분으로 숨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