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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리브 Sep 12. 2024

나와 나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관대하며 자신을 과대평가하면서도 자신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 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우리관해 속속들이 잘 알면서 굉장히 엄격한 또 다른 내가 살고 다.


- 그거는 잘했지만 그거 하려고 괴롭힌 사람들이 연병장 두 바퀴인 거 알지?

- 그거 사실 근슬쩍 누구누구 베낀 거잖아 귀신을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

- 그걸로 몇억  걸로 계좌에 찍혔지만 알게 모르게 나간 손실액이 수십억 인 건 너랑 나랑만 아는 비밀

- 이번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때문에 간접적이나 직접적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 명단 부른다. 김 누구누구 박 누구누구...


하늘도 땅도 몰라도 나 자신은 알고 있기 때문에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는 이상 나 자신의 법을 피해 갈 방법은 없다. 다만 수사망을 피해서 얼마간 요리조리 도망 다니고 숨을 수는 있다.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을 택한다. 론 나쁜 건 빼고 좋고 이쁜 거만 보여준다. 나쁜 거 보여줘 봐야 다들 싫어하기도 한다. 명분까지 완벽하다.


좋은 거만 보여주면 당연히 칭찬받고 인정받는다. 하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기분도 좋고 사회적인 욕구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영원히 숨을 수는 없다. 아무리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환호성을 들어도 사람들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들은 나에게 기립박수를 보낸 지 몇 초 만에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돌리고 가족 연인들과 웃으며 톡을 주고받는다.


그럼 이제 남은 건 텅 빈 무대와 저 깊은 곳에서 영원히 기다리고 있는 나 자신의 소환장이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신나게 춤을 춰봐도 소환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방법을 찾아보다가 상담을 받거나 종교시설에 가서 기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담사에게는 진실을 전부 말할 수 없고 신에게는 전부 말할 수 있지만 답을 들을 수 없다.


이쯤에서 마음이 나약한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기도 하고 산속에서 자연인의 생활을 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 BTS의 LOVE YOURSELF 의미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엉망인 나 자신을 어떻게 사랑하라는 말인가 그냥 까라는 대로 깔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의미는 사실 매서운 회초리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마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며 달달한 사탕을 입에 넣어주는 듯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망나니같이 굴지 말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행동하라는 따끔한 충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가진 이미지나 바이브가 러브 유어셀프와 아주 잘 맞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사실 우리 모두 자기 자신에게 사랑받고 싶 때문이다.






좋은 영화는 참 많지만 영상에 빠져서 메시지를 읽지 못하게 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된다.


사실 좋은 책과 같은 친구나 선배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사람에 빠져서 메시지를 읽기가 쉽지 않다.


나 자신과의 대화는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이고 이러한 고민들은 위대한 작가들의 위대한 책들에 남김없이 적혀있다. 


언제나처럼 모든 것의 해답은 결국 독서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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