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커피와 맥주

Fargo 에서

by 준혜이

커피만 마시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몇 년 전의 어느 날, 나는 커피를 끊었다. 숙면은 나의 복잡한 밤을 서서히 정리했다. 내 하루가 자정 전에 드는 잠으로 반토막이 난 것처럼 느껴졌지만 카페인을 기대하지 않는 나의 정신은 건강했다.


매일 아침 내 얼굴이 비칠 만큼 진한 커피를 내린다. 나르시스는 호수에 몸을 던졌지만 나는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투명했다면 나는 커피를 대신 할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려운 잠을 기다리는 나쁜 밤을 되찾고 나는 낮 동안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하품을 닮은 숨을 자주 쉬었다. 커피는 나를 지나 화장실로, 더 먼 곳으로 자주 떠났다.


가끔 맥주 한 병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남편을 집에서는 구경만 했는데 호텔에서는 나도 같이 맥주를 마셨다. 카페인과 알콜이 밀물과 썰물처럼 내 정신을 오락가락했다.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바라본 잠든 아이들의 얼굴은 낯설었다. 나는 아이들 옆에 누워 잠이 들고, 아침이면 기억나지 않을 꿈을 꾼다.


어제와 같은 순서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내일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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