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인류연재 11화

오늘 담배 끊은 남자

by 준혜이

이 남자는 오늘 담배를 끊었다. 마른 몸과 시니컬한 입가, 그는 예민한 사진작가 같은 모습이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를 이룬 건 "팔 할이 담배라고" 그럴만도 하다. 이 남자는 불친절한 표정과 아무리 예쁜 여자가 지나가도 눈 길 한 번 주지 않을 듯한 그런 인상을 가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의 넘치는 인정을 견디지 못하고 담배를 끊기로 한 것이다.

여름이면 겨울잠을 끝내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홈리스들. 그들은 담배를 구걸한다. 3년 째 늘 같은 길을 걸어 집과 회사를 오가는 그는 그 길의 주인 행세를 하는 홈리스에게 거절의 말을 하지 못해 담배를 적선하기 시작했다. 담배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담배를 가진 그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니까. 하루, 이틀, 더이상 낯설지 않은 홈리스와 그는 마치 친한 친구와 담배를 나누어 피우듯 담배를 나누게 되었다. 홈리스는 인색하지 않은 그를 기다리게 되었고 그는 집을 나설 때마다 주머니에 충분한 담배가 있는 지 초조하게 확인 또 확인해야 했다. 정작 그가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친구에게 담배를 구걸해야 할 상황이 되자 이 남자는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퇴근 길에 이제는 그와 거의 친구가 된 홈리스가 그를 향해 윙크를 날리며 중지와 검지를 들어보인다. 그는 자신이 담배를 끊는 중이라고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홈리스는 건강한 삶을 위한 좋은 선택을 했다고
그를 격려한다. 쉽지 않다고 홈리스에게 투정을
부리며 그는 집으로 걸어간다.


그의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여자, 담배연기를 뿜는다. 그는 스르르 눈을 감고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깊은 숨을 들이쉰다. 이제 막 눈을 뜬 강아지의 눈동자처럼 그의 콧구멍이 까맣게 반짝인다. 그렇게 그는 담배를 끊었지만 타인의 흡연을 간접흡연하는
담배없는 흡연자가 되었다. 거리의 담배연기를 쫒는 그의 걸음걸이가 바빠진다. 이 거리, 저 거리 그동안 걸어보지 못했던 곳을 탐험하게 되었다.

그가 드디어 다시 사랑하기 위한 용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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