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단 한 번의 휘청임은 나의 전부를 끌어내렸습니다.
나는 아래로, 아래로, 점점 추락합니다.
어둠은 연막탄처럼 내 주위를 검게 감싸고,
나는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의 끝을 향해 내려갈 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때 즈음,
위에서 나를 부르는 그대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대는 오랫동안 내 곁을 지키며
내게 우물의 깊이를 알게 했습니다.
그제야 나는 위에서 비추는 빛을 발견하고 일어섰습니다.
그렇게 그대는 또다시 나에게 빛이 되었습니다.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은 잡아야 한댔던가. 간절히 원하던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때, 네가 그저 묵묵히 내 옆에 항상 있어주었기에 일어설 수 있었다. 이젠 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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