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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준혁 Feb 17. 2023

[베트남] 거기가 왜 좋아?

베트남에 살게 되면서 베트남에서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답은 늘 '좋다' 였다

그러면 조건반사처럼 '왜' 냐는 질문이 돌아온다

거기가 왜 좋아?




'왜' 냐는 질문을 받을때마다 이러저러한 이유들을 늘어놨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늘어놨다'. 이 표현이 맞을 듯 싶다. 나는 베트남에 사는게 좋다. 그리고 사실 '왜' 인지는 모른다.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고 어디든 잠시만 앉으면 모기인지 개미인지 물어뜯어 발목 언저리가 매일 가렵다

길에는 검은 매연이 눈에 보일 정도로 뿜어대는 낡은 트럭,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닌다

우기 땐 도로가 금방 잠겨 고립된 적도 꽤 많다

집에는 잠시만 방심하면 개미떼가 들끓고 길거리에서 커다란 쥐나 바퀴벌레와 마주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통의 어려움으로 얼굴 붉힐때도 많으며, 같은 이유로 포기해야 하는것들 또한 많다

불편한 점을 나열하면 몇십개는 금방 나열할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난 베트남에 사는게 좋다

왜 냐고 물으면 불편한점을 나열하는 것 만큼 줄줄 나올것도 없다


생각해보니 '왜 좋아'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답변 한적이 있던가

책이 왜 좋냐길래 그냥 읽으면 좋아 라고 답 했다

글이 왜 좋냐길래 그냥 글 쓸 때 편해 라고 답 했다

여행이 왜 좋냐길래 그냥 좋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답 했다

당신이 왜 좋냐는 질문엔 조금 더 생각에 잠긴 후 그냥 예뻐서 라고 답 했다

베트남 거기가 왜 좋아?

그냥 여기서 사는게 좋다




좋은 것에 이유가 필요할까, 좋은 것에 이유가 있긴 한걸까

이유가 없어서, 이유가 없어야 진정 좋아하는게 아닐까

좋아하는데 이유 같은 구실이나 변명이 필요할까

이유 없는 순수 그 자체가 진정 '좋다' 의 정의가 아닐까




베트남에 사는게 왜 좋냐고?

이유 따위 없고 그냥 좋다!


좋음에 이유를 찾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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